유례없이 더웠던 올 여름이었다. 지독한 폭염 속에서 더위를 이겨낸 동경이의 자태와 기개는 흐트러짐없이 여전히 명견다웠다. ‘동경이에 미친 사람’ ,‘ 동경이 박사’, ‘동경이 아빠’...,이들은 모두 사)한국경주개동경이 보존협회 최석규 회장(58)을 지칭하는 수식어다. 진정성을 이기는 것은 없다. 그에게서 한 사람의 집념과 열정이 자칫, 잊혀지고 사장될 뻔했던 신라개 동경이를 만방에 알린 ‘진정성’의 힘을 느꼈다. “동경이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살아있는 문화재다. 동경이를 훼손하는 것은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처럼 경주개 동경이가 대한민국 대표 명견으로서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것을 시민들이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였다. 최석규 회장를 만나 동경이 사랑과 지난 10년간 동경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까지의 지난했던 과정에 대해 들어 보았다. -동경구라는 이름 기록된 최초 문헌『동경잡기』...‘ 狗之短尾者 世謂之東京狗’, 경주개 동경이에 관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인 『삼국사기(1145년 인종23년)』와 동경구라는 이름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동경잡기(1669년)』에서는 ‘ 狗之短尾者 世謂之東京狗’, 동경구의 외형적인 형태를 기록한 『오주연문장전산고(19세기 중엽)』‘獐子狗 卽短尾狗也 按今嶺南慶州府 犬皆短尾 故名東京狗 鹿尾狗 卽短尾狗也’등의 기록을 비롯해 10여 편의 고문헌 기록과 5-6세기 신라 고분군에서 출토된 개 토우 유물 등에 의해 경주개 동경이는 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사육된 토종개다. 상기처럼 동경구의 이름은 경주부윤 민주면의 동경잡기에 처음 나타나며, 동경구의 동경은 고려시대 삼경에 한 도시였던 경주의 옛지명 동경에서 유래된 것이다. 제1회 경주시민의 날(2009년)에 지명을 첨가해 ‘경주개 동경이’, ‘東京狗’, ‘Gyeongju dong gyeong Dog’라 한다. -친화력 최고, 꼬리 없거나 짧아 엉덩이 흔들거나 혓바닥으로 핥아 즐거움과 반가움 표현 동경이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매우 좋아하는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 꼬리가 없거나 짧기 때문에 엉덩이를 흔들거나 혓바닥으로 핥는 것으로 즐거움과 반가움을 표현한다.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짖고 위협을 가하거나, 사람을 두렵게 여기고 회피하는 성격은 아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단미나 무미이며, 빛깔은 황색(황구), 흰색(백구), 검은색(흑구), 검은색과 황색 얼룩무늬가 혼재하는 호구 등이 있다. -동경이는 삽살개와 진돗개의 장점적인 시스템으로 보존하고 있어 현재 개체수는 472두다. 2012년 12월 306두로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 받았다. 지정 이후 170여 두 증가 한 것이다. 동경이는 특성상 산자수 자체가 작아 평균 2~4마리를 낳는다. 남한 천연기념물 총 3종 중 진돗개(1962년), 삽살개(1992년)에 이어 마지막으로 경주개 동경이가 지정됐다. 최석규 회장은 “진돗개의 경우 순수 혈통에 대한 연구와 개체수 확보를 시작 한 지는 우리보다 늦다. 삽살개는 삽살개 재단내에서 500여 두를 키우고 있다. 동경이는 삽살개와 진돗개의 장점적인 시스템으로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중 100두는 동경이보존협회 회원집에서 위탁 가정을 선정해 키우고 있다. 천연기념물은 새끼를 분양하거나 마음대로 판매 할 수 없다. 협회가 개체를 전적으로 관리한다. 매월 둘째주 수요일 용명리 동경이 마을 훈련원에서 명견화에 필요한 사람과의 친화성을 키우는 기본훈련을 시키고 있다. 또 다른 100두는 사)한국경주개동경이 보존협회에서 키우고 있다. 이는 종 자체가 멸종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종의 관리 보존을 위해서 키우고 있는 것. 그리고 협회의 관리 이외에도 양동 동경이 마을, 용명 동경이 마을, 교촌 한옥 마을 동경이 체험관에서, 경주역, 방폐물관리공단내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 90두는 서라벌 대학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존협회는 현재, 동경이 마을 조성, 동경이 관련 캐릭터, 홍보, 교촌마을 내 동경이 홍보관, 용명마을 동경이 보존 협회 홍보관 운영, 경주개 동경이 똥방(동경이 회원의 농산물 거래), 최근에는 동경이 팜(farm) 조성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동경이는 친화성이 좋아 노인요양병원에서 동물 매개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교감을 통한 치료인 것. 서라벌 초등학교와 협회원들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격증을 취득해 치료를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까지 10년간의 동경이 이야기를 하면 4박5일 해도 모자랍니다” 건국대학교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환경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 회장은 고향 경주에서 환경운동연합 결성, 방폐장 반대운동 등의 시민운동을 비롯, 서라벌대학 애완동물관리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는 등 경주에서의 남다른 행보를 이어 온 이다. 그즈음 최 교수가 동경이를 신라개로 주목한 것은 신라 토우전에서였다. 본격적인 동경이 연구에 들어간 결정적 계기였던 것. 경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답사프로그램이었던 경주국립박물관 ‘신라토우전’을 관람하다가 신라시대 개 토우들 대부분이 꼬리가 짧은 것을 보게 된다. 도록의 개 44마리 중 37마리 개의 꼬리가 짧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름이 끼쳤다. 진짜 이 개야 말로 개 사육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동경이가 바로 신라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당시 경주시에 신라개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으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스스로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작심을 하고 대구대학교 축산학과 과정을 통해 ‘경주개 동경이의 기원과 품종의 특성에 관한 연구(2009년)’ 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한편, 2006년 당시 경주시 축산과 이상호 계장은 동경이의 우수성과 역사성에 대해 주시를 하던 이로서, 최 회장에게 동경이의 존재를 알린 이었다. 이상호 계장의 도움으로 지역에 산재해 있던 동경이의 개체를 모으기 시작했고 당시 백상승 시장은 신라개 사업추진을 공표하게 된다. 그러나 학회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유전학적 검증 연구 경비는 엄청났다. 이에 최 교수는 경주시와 경북도로 뛰어 다녔으나 시도비 예산은 2500여 만원이 책정될 뿐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동경이연구보존협회 연구진들과 연구비 한 푼 지원없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열악한 경비였지만 2008년 경주시 전체에 흩어져 있던 동경이를 회수할 수 있었다. 회수한 개들을 서라벌대학 사육장에서 키우게 된다. 천연기념물 지정 10가지 조건 중 개를 키우고 있는 모임(단체)을 구축하라는 사항이 있어 동경이를 키우고 있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2009년, (사)동경이보존협회를 만든다. 한편, 서라벌대학 애완동물관리학과가 폐과돼 동경이 연구소도 사라지게 된다. 당시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이 문화재청에 올라 있었음에도 여러 심의에 제동이 걸려 쉽게 지정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다가 경주시와 협의 끝에 동국대가 수락해 2012년 동국대에 동경이보존연구소가 다시 꾸려진다. 여전히 서라벌대학에 사육장은 있는 상황이었다. 그 해 4월,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가 되었지만 천연기념물 지정 일보 직전에 불거진 서라벌 대학과의 갈등으로 안타까운 국면에 이르다가 서라벌대와 극적 협의를 거친 후 드디어 11월 16일 지정된다. “지정되기까지 문화재청에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연구비 한 푼 없이 사명감 하나로 버텨 준 팀원들을 실망시킬 순 없었기에 문화재청을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지정 후 200두는 협회에서, 90두는 서라벌대학에서 관리하고 있다. 통합해 관리하라는 문화재청의 요청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비 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삽살개의 관리자는 25명, 진돗개 관리는 공무원 13명 등이 관리하고 있는데, 동경이의 경우 관리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현재 회원들과 함께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사육하고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 건천쓰레기 소각장을 임대, 개조해 동경이를 키우고 있다.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사람의 욕심으로 천연기념물 동경이가 불쌍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경주시에서 새로운 사육장을 조성할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지정할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렵다. 동경이를 열악한 상황에서 사육하다보니 차라리 지정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될 정도로 힘이 든다”면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동경이는 우리나라 토종개 중 가장 오래된 개,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개들 중 가장 홀대받고 있는 실정 2014년 12월 경주개 동경이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으나 동경이관리위원회의 활동은 극히 미약하다. 동경이관리위원회의 중요한 기능은 위탁기관을 지정하는 것인데 활동이 미약하니 인건비 관리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거의 사육하는 수준인 것이다. 최 교수는 “경주시가 하루 빨리 위탁기관을 선정해 동경이가 천연기념물로서 당연한 대우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위탁기관의 활약이 문화재청의 인정을 받아야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된 삽살개나 진돗개가 구전에 의존하는 것에 비해 역사적 기록이 확실하게 남아있는 개는 경주개 동경이 뿐이다. 동경이는 우리나라 토종개 중 가장 오래된 개이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개들 중 국가에서 주는 사료비와 방역비 정도만 지원받고 있어 가장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적극적 지원도출을 위한 경주시에서의 분위기와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이는 대목이었다. -“동경이야말로 ‘살아있는 문화 DNA’” 최 교수는 “토종개는 민족의 품성과 습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신라시대부터 동경이와의 공존은 신라인의 품성에 적합한 개만 선택적으로 교배가 되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토종개다. 이런 측면이 동경이야말로 ‘살아있는 문화 DNA’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민족의 품성을 나타내는 개는 바로 동경이다. 선진국일수록 문화가 발달하고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토종개가 많은 것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민족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토종개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나라”라고 했다. 세계명견으로 등록된 개체는 200여 개체로, 최근 명견의 가장 큰 기준은 사람과의 친화력과 교감 능력인데 동경이는 이 점이 우수하고 그리 큰 체구가 아니며 사회성이 뛰어나 사람을 잘 따른다는 특성이 있다. 세계적 명견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우수한 명견이라는 것. 한편, 올해 신라문화제 시가지 행렬에서 동경이 시범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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