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지만 경주지역 병·의원들의 항생제 처방 남용이 경상북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1일 제86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세계적인 위협으로 떠오른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확정했다.
정부관계자는 항생제가 감염병 치료에 필수 의약품이지만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으로 사망률 증가, 치료 기간 연장, 의료비용 상승 등 인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세부행동계획 수립 및 정기적인 이행 점검을 통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생제 처방 OCED 평균 웃돌아
정부는 우리나라 항생제 오·남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밝혔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은 1000명당 31명꼴로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이는 OECD 평균 1000명당 23명보다 높으며 스웨덴 14명에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항생제 사용이 높으면 항생제 내성 역시 높아진다. 영국 정부 산하의 항생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지 못하고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 이상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는 등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높아짐에도 우리나라는 유독 항생제 사용이 높다. 이유는 단순 감기에도 항생제 처방이 높기 때문.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지만 빠른 회복을 위한 환자의 요구 등으로 항생제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경주, 경북에서 항생제 처방률 등급 가장 높은 수준
항생제 오·남용이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주지역 병·의원의 항생제 처방등급이 경북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2015년 하반기 병원평가 자료에 따르면 경주지역 67개 병·의원(평가 기간 내 급성상기도감염 진료 건수가 100건 미만인 의료기간은 제외) 가운데 19%에 해당하는 13곳이 5등급 평가를 받았다. (항생제 처방률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눠진다. 1등급은 항생제 사용이 낮으며 등급 숫자가 클수록 항생제 사용이 높으며 5등급은 1등급의 2배 이상을 처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북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인근 포항은 136개 병·의원 중 13%(18곳)가 5등급을 받았고, 영천시도 23개 병·의원 중 13%(3곳)가 5등급을 받았다. 구미시 17%, 경산시 15%, 안동시 9% 등으로 경북 대부분 시도의 5등급 비율이 경주보다 낮았다.
2015년 심평원 항생제 처방률 평가는 평가 기간 내 급성상기도감염 진료건수가 100건 미만인 의료기간은 제외된 것으로 경주는 종합병원인 동국대학병원 한곳을 비롯해 병원 6곳, 의원 60곳 등 총 67곳을 대상으로 평가됐다.
1등급을 받은 곳은 맘존여성병원, 새천년병원 등을 포함 26곳이었다. 반면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5등급(13곳)과 4등급(12곳)은 25곳에 달했다.
경주시 의사회는 항생제 처방률 등급이 높은 것과 항생제 오·남용을 연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진단명과 항생제 등급에 따라 등급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 의사회 임승근 회장은 “병원마다 항생제 진단명과 등급,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생제 처방이 달라지는 것으로 무조건 등급이 높다고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있으므로 의사회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