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철 무더위로 인해 경주지역 관광지별로 명암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해 경주지역 동해안 5개 해수욕장과 보문관광단지 등은 많은 인파가 몰려 동부사적지 등 도심 관광지를 찾은 방문객 수와는 큰 차이를 보인 것.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부터 33일까지 39일간 오류 고아라해변 등 경주 동해안 5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수는 65만 여명. 지난해 59만여 명보다 6만여 명(약 10%)가량 증가했다.
시는 장기간 계속된 폭염으로 인해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 증가와 더불어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찾는 관광객이 인근 관성솔밭 해변으로 유입, 오류캠핑장의 가족단위 캠핑객들이 오류고아라 해변을 많이 찾았다고 분석했다. 또 4번, 31번 국도 연결지점에 위치한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우수한 접근성으로 피서객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전촌 솔밭해변 해수욕장은 인근 울창한 소나무 숲의 인기와 더불어 주변의 횟집 등 유명한 맛집으로, 봉길 대왕암 해변은 호국의 성지 문무대왕과 연계한 만파식적, 문무대왕 문화제 등 각종 문화행사로 해변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해수욕장별로 설치된 16개 하계휴양소에도 현대자동차 등 울산과 지역 기업체 임직원과 가족들이 지난해 40여 만명에서 올해 조선·중공업 경기하락과 불경기임에도 약 23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여름 성수기 보문관광단지 내 호텔, 콘도 등 숙박업소는 연일 예약이 완료되면서 근래 들어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관광객들로 붐볐다는 것.
하지만 경주 도심의 최대 관광지인 동궁과 월지에는 휴가시즌인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방문객 12만5065명으로 지난해 12만5912명 대비 847명 감소했다.
반면 대릉원은 같은 기간 5만2541명이 방문해 지난해 4만9200명 대비 3341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부사적지 내에서 운영하는 비단벌레 전기자동차 이용객은 같은 기간 3792명으로 지난해 5029명 대비 1237명이 줄어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통계에 따르면 이번 여름 휴가철 경주 도심을 찾은 관광객들은 폭염으로 인해 특정 사적지만 방문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궁과 월지 방문객 중 7~80%가 야간 방문객임을 감안하면 한낮 무더위가 극심한 시간 도심 내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도심 사적지 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 등의 부재로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지난 12일 가족과 함께 월성을 찾은 김모(46·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역사유적을 간직한 경주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왔는데 너무 더워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돌아간다”면서 “무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 시원한 바닷가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심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지역 내 유명 음식점 등도 매출이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SNS 등을 통해 외지인들에 잘 알려져 휴가철 호황을 누리던 동천동과 도심 내 음식업 대표들은 “매년 여름 휴가철 관광객 또는 타지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는데 올해는 평균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면서 “무더위에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감소했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밝혔다.
매년 관광 비수기인 여름철 경주 도심 내 관광지 방문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적지 내 쉼터 조성 등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경주시의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