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동 변전소 옥내화 사업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자 시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또 한국전력공사가 이번 부결을 전후로 변전소 지중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지난 10일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제8차 회의를 열고 한전이 제출한 ‘경주 헌덕왕릉 주변 변전소 신축 및 변전설비 설치’의 건을 부결시켰다. 조경차폐 등 계획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부결로 변전소 옥내화와 관련한 안건이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세 차례 부결됐고, 한 차례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것. 사적분과심의위는 지난 2월 17일 제2차 위원회를 열고 ‘문화재에 부정적인 영향(조망성, 마루선, 왜소화)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지난 5월 열린 5차 위원회에서는 현지조사 후 재심의하기로 해 보류, 6월 8일 6차 위원회에서는 ‘지상노출 높이 하향조정 필요’를 이유로 부결했었다. 이번 심의에서 부결된 사유는 ‘조경차폐 등 계획보완 필요’이었지만, 핵심은 옥내화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에 있다. 당초 한전이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 등에 따르면 변전소 신축 및 변전설비 설치는 현재 노출돼 있는 변전설비를 옥내화하는 사업으로, 현 변전소 부지 7920㎡에 건축면적 2440㎡,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변전소 1동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건물 높이는 18.85m. 이에 대해 사적분과위는 그동안 문화재에 부정적인 영향 등을 이유로 건축물의 높이를 낮출 것을 고수해왔다. 특히 사적분과위는 지난 5월 27일 동천동 변전소 현지 확인을 통해 한전 측이 제출한 건물 높이를 18.85m에서 14m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현지조사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건축 외관디자인이 역사문화경관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계획안으로 인해 문화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전 측은 이번에 열린 심의에서 당초 지상 4층 건물 18.85m에서 3층 16.1m로 건물 높이를 낮춰 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심의결과 건물 높이 14m를 고수하는 문화재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이번 안건은 결국 부결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지난 19일 변전소 옥내화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한순희 시의원과 주민대표, 한전관계자, 경주시 관계자 등은 경주시의회 민원실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순희 의원은 “문화재위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인 건물높이를 지금현재 18.85m에서 현재의 기술상으로 가능한 16.1m로 최대한 낮췄다”면서 “미관상 헌덕왕릉에서 변전소가 보이지 않도록 조경수목으로 완전 차단하라는 요구에 흙 언덕을 만들어 메타세콰이어(높이9m)를 식재해 차단하는 계획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의원은 “오랜 대화 끝에 이뤄낸 주민들과의 협의, 한전으로부터 160억원의 예산확보 등 많은 문제를 해결했지만 문화재심의라는 난관에 부딪혀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허탈해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석태 변전소 이전 추진위원장은 “수십 년에 걸친 주민숙원사업으로 지금 현재 있는 변전소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미관상 축소시켜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옥내화 한다는데 문화재위원들이 부결시킨 사유가 궁금하다”며 성토했다. 또 이 위원장은 한전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당초 변전소 이전을 촉구했었지만 이전하게 될 부지 인근 주민 민원 등 반발이 예상되면서 옥내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전 측과 협의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번번이 부결되자 주민들은 변전소 지중화를 요구했지만, 한전 측이 기술적·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지중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는 것. 이 위원장은 “한전 측이 지중화를 하게 되면 누수·습도 등의 문제로 위험하다고 하지만 수중 터널 등도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주민들이 변전소로 인한 전자파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한전은 지중화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감전 위험 및 일정기간 경주 지역 단전 등의 부담을 이유로 지중화 사업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향후 주민들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경주시는 이번 부결 결정과 관련해 한전 측과 함께 문화재위원들을 찾아가 변전소 옥내화 사업의 당위성 등을 재차 설명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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