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 완료 이후 3년 지난 2019년 5월 입주 예정’, ‘문화재 발굴조사로 인한 사택 신축 지연 가능성’, ‘3년 이상 원룸 등에서 지내야 할 일부 직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지역 내 대규모 아파트 신축공사 난립으로 향후 주택 과잉공급 예상’
한수원이 경북개발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추진하고 있는 동천동 직원 사택 200세대 건립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와 같은 문제점 등이 제기되면서 동천동 사택 건립 계획을 취소 또는 전폭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나오고 있는 것.
한수원 직원 사택 건립계획은 지난 2013년 12월 20일 경주시장, 국회의원, 한수원 사장, 경주시의회 의장이 업무협약을 통해 동천동 200세대, 황성동 300세대, 진현동 500세대를 건립 또는 매입하기로 협의했었다.
이 가운데 황성동 300세대는 2014년 3월 아파트 분양계약 체결 후 지난 3월 한수원 본사 이전과 동시에 입주를 완료했다. 그리고 진현동 500세대는 지난 2015년 10월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017년 6월경 입주 예정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6월 현재 진현동 아파트 공사 공정률은 29.4%. 문제는 동천동에 건립 계획인 200세대.
이는 한수원이 지난 2014년 11월 27일 경북개발공사와 동천지구 용지개발·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도시개발사업에 의한 사택부지 개발 방식으로 신축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동천동 157-7번지 일원 9만여㎡에 4층 규모의 사택 200세대와 주차장, 공원, 주민편익시설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과 경북개발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보전녹지지역인 이 일대를 자연녹지로 부지용도변경을 추진했고, 부지개발 조사용역 계약자를 선정하는 등 본격 추진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부지용도변경에만 1년여 넘게 걸린 지난 4월 15일에서야 경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됐다.
보전녹지 9만5409㎡를 자연녹지로 변경하고, 향후 개발계획 수립 시 주변 경관을 고려해 건축물 높이 3층 이하 건립 등의 조건이 따라 붙었다.
이어 지난달 28일 열린 경주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수원 동천동 부지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 및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 지정에 대한 심의 결과 원안가결됐고, 경주시는 이달 내로 이곳 부지 일원에 대해 개발행위허가제한 구역으로 고시할 예정이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사택 신축관련 오는 11월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취득, 내년 2월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 및 부지 매입 등을 거쳐 신축공사에 들어가 2019년 5월 입주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재조사와 토지 보상 문제 등 최대 난제를 남겨두고 있어 사택 건립 계획은 당초보다 훨씬 더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북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이곳 부지는 일단 문화재보호구역 밖이어서 문화재 현상변경 등의 절차는 필요 없지만 발굴조사는 필수.
그러나 동쪽으로는 사적 제29호 헌덕왕릉 및 소금강산국립공원과 인접해있고, 북쪽으로는 사적 제174호 탈해왕릉과 백률사 등 여러 문화재가 있어 이곳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하게 되면 유구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토지 소유주와의 보상 문제 또한 녹록치 않아 보여 2019년 5월 입주한다는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주택 과잉공급 예상에 추진 불필요 여론 일어
지난 3월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에 따라 경주로 온 직원은 모두 1300여 명. 한수원은 당초 본사 사택 1000세대 확보에 주력했지만 경주로 이전한 직원 수가 1300여 명에 이르면서 실제로는 사택 300여 세대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실제 입주현황을 보면 지난 3월 입주를 완료한 황성동 300세대만이 제대로 경주에 정착했고, 나머지 직원 1000여 명은 현재 월성 및 신월성 사택, 지역 내 원룸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중 내년 완공 예정인 진현동 사택 입주 예정 500세대를 제외하면, 결국 직원 500여 명이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사택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역 내 한수원 직원들이 입주할 주택이 없을까?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보급률은 116.99%로 수요 대비 공급이 초과한 상태다.
또 대형건설사 등이 시행하는 대규모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어 입주가 본격 시작되는 2017년 하반기 이후부터 주택보급률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경주시 주택건설사업 승인현황에 따르면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공동주택은 황성동, 용강동, 안강읍, 외동읍, 현곡면 등지 12개 단지, 총 1만667세대다.
이들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완공되면서 2019년 1월까지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실분양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과잉공급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동천동 한수원 사택 건립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지역 내 원룸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수원 일부 직원들이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불만도 적지 않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미혼이거나 홀로 경주로 이전한 직원들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한수원 직원 A씨는 “홀로 생활하는 직원 대다수가 아침 및 저녁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떨어진 외로움까지 밀려와 일할 의욕도 감소하고 있다”며 “사택문제라도 빨리 해결된다면 주거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부지 효율 떨어져 당초 계획에 차질 예상
경북개발공사에 따르면 동천동 사택 부지는 토지보상비, 도로 등을 포함해 기반시설에만 대략 38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자연녹지지역으로 경관보호구역에 준해 4층 이하로 건립할 수밖에 없어 200세대라 하더라도 부지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한다.
즉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공원 및 주민편익시설 등이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재발굴과 관련해서는 경주지역 특성상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건립시기 지연, 직원 주거환경 불안, 지역 내 주택공급 현황 등을 감안하면 현재 추진 중인 동천동 한수원 사택 건립추진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비록 경주시, 경주시의회, 국회의원, 한수원이 4자 회담을 통해 약속한 사안이라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면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동천동 사택 건립의 대안으로 계획을 전면 취소하거나 축소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수원 사택이 모두 완공되면 지역 내 원룸 등에 거주하던 직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