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신문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흥미롭다. 신문을 구매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원하는 신문을 산다. 재미있는 건, 이 신문 저 신문 기웃거리다 하나를 고르는 사람들이다. 먼저 이들은 신문 가판대 맨 위에 있는 신문은 절대 꺼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신문을 뽑았을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72%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맨 위의 신문이 사람들의 손을 가장 많이 타서 제일 더러울 것이라 짐작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두 번째 자리에서 뽑은 신문을 잠깐 훑어보고는 도로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계속해서 똑같이 손때가 묻은 신문을 돌려보고 있는 셈이다. 이와 동일한 현상이 호텔, 매장, 레스토랑의 여성 화장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관찰을 해 본 결과, 여성들 중 5%만이 첫 번째 칸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첫 번째 칸이 두 번째나 세 번째 칸보다 더 더러울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란다. 신기하게도 누가 시킨 것도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닌데 행동의 패턴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호텔 역시 이와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다. 호텔 직원들은 욕실의 변기 뚜껑 위에 종이 띠를 감아놓거나, 미니바 위 물 컵에 종이 뚜껑을 덮어 놓는다. 보잘 것 없는 종이 한 장이지만 청소 후에 아무도 변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아무도 그 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환상을 주기엔 충분하다. 그냥 띠를 두른 것만으로 왠지 깨끗할 것 같은 착각을 만들 수 있으니 이 아이디어는 참으로 놀랍고, 여느 호텔이나 이 방식을 쓴다니 더 놀랍다. 분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니 계속 유지되는 방식인 듯하다. 고발성 TV프로그램에서 모자를 깊이 쓴 호텔 직원이 실제 설거지를 하지는 않고 그저 계속해서 수건으로만 닦아놓고 있다고 고백하는 걸 본 적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여전히 종이 뚜껑은 손님들에게 청결함의 환상을 선사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케터는 이것을 ‘신선 띠(fresh strip)’라고 부른다. 다양한 형태의 신선 띠는 요구르트, 땅콩버터, 케첩, 주스,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식품 및 농산물 카테고리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신선 띠는 병, 가방, 용기 안에 든 내용물이 세균에 오염되지 않았으며, 결코 다른 사람 손에 닿지 않았다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 종이 띠는 그냥 종이로 된 띠일 뿐이다. 딸기나 포도로 만든 잼 업체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마트에서 새로 산 잼 뚜껑을 열었을 때, 뻥-하고 소리가 나도록 설계해 놓았다. 이 소리는 내가 지금 산 물건이 신선하고 깨끗하며 안전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물론 ‘뻥’ 소리가 사실은 실험실에서 개발되어 특허를 받은 음향이라는 사실은 절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생각해 보라. 딸기 잼을 만든다면 엄청난 양의 설탕을 집어넣고 또 한참을 졸여 만든 잼이 상한다면 그거야말로 뻥!이 아니겠는가. 유리병 속에는 잼도 들어있지만 인간의 무의식을 왜곡되게 만들고 또한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장치가 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성분 표시에는 기록되지 않는 정보다. 인간의 무의식은 학습의 대상이란 것도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이 밥보다 더 찾는 과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달고 또 단 것만 찾는 아이들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과자가 그저 달콤하기만 하면 될까? 짭조름한 새우*이나 달콤한 맛동*이나 애들이 좋아하는 치토*나 그 공통점은 맛이 아니라, 그걸 입에 털어 넣었을 때 나는 소리란다. 미각은 청각적 도움으로 더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과자로 입 뿐 아니라 귀까지 사로잡아야 하는 모양이다. ‘와그작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과자의 맛을 배가시키는 건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애들이 좋아하는 과자 중에 크런치(crunch)라는 초코렛 과자가 있는데, 미국말로 와그작이란다. 과자 회사에서조차 인간의 무의식을 연구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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