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정책연구원이 마련한 ‘지속가능한 경주의 도시디자인’ 전문가 정책워크숍은 천년고도 경주의 도시재생 및 구성방향을 논의한 자리여서 의미가 있었다. 워크숍에서는 지역 건축가 출신이자 전국적인 명성과 인지도를 갖고 있는 손명문 건축사(건.환건축 대표)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고도 경주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한 것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손 건축가가 현재 경주에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건물이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명품건축물 만들기와 건축물의 관광상품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앞으로 이전하게 될 황남초등학교 부지 활용에 대해 반드시 행정과 주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는 제안은 새겨봄직 하다고 사료된다. 산업이 발달한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 흥망성쇠를 거치면서 도시는 위기에 처하고 주민의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듯이 많은 도시들이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한 때 조선, 철강, 석탄산업의 호황으로 유럽의 유명한 부자도시로 성장했지만 이들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도심이 노후화되자 구 건축물을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건축물(구겐하임 미술관)로 둔갑시켜 노후화되어가는 도심지역을 성공적으로 재생시킨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는 구 무기공장 건물을 문화창의산업 집중구로 지정해 베이징의 문화아이콘으로 부상, 이제는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몇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군산, 포항 구룡포 등 일제강점기 건물을 활용한 관광상품화 사례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 명품 건축물 전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제주도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몇 몇 역사도시를 제외하고는 도심에서 역사성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국,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과정을 거쳤지만 어느 곳에서도 역사의 연속성은 찾기 어렵다. 행정의 편리성 추구와 경제논리로 최근까지 그나마 남아 있던 유산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경주시는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목표로 매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살펴보면 정작 관광객들이 더 관심을 두는 고도 경주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복원하는 데는 체계가 없어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경주에 필요한 것은 과거 속에서 현재를 찾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고도 경주만의 도시디자인이라고 본다. 그리고 고도 경주는 새로운 것을 입히는 디자인보다는 남아 있는 흩어진 소중한 유산을 활용해 잘 엮어 내는 것이 고도 경주의 품격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사료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한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곳이 경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고도 경주를 명품도시로 만들 기본계획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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