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은 두 개다. 이것은 꼭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인류가 속해 있는 포유류를 넘어서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모든 척추 동물의 눈은 두 개다. 어디 척추 동물뿐일까? 전갈과 같은 절지 동물, 지네 같은 다지류, 가장 많은 종이 속해 있는 곤충류, 이와는 또 다른 분류인 거미류, 낙지와 같은 연체 동물 등 지구 상에 있는 대부분, 거의 모든 동물들의 눈은 모두 두 개다. (잠자리와 같이 수많은 눈들이 있는 동물들도 있지만 잠자리 역시 수많은 눈들이 두 곳에 걸쳐 모여 있는 두 개의 눈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가끔씩 나오는 외눈박이 생명체는 실제 생명체가 아닌 외눈박이 도깨비와 같은 상상 속의 생명체이며 세 눈을 가진 생명체 역시도 실존하지는 않는다.
왜 눈은 모든 동물들에게 두 개인 것일까? 한마디로 설명하면 눈의 기능은 두 가지이다. 크기를 판단하고 또 거리를 가늠하는 기능, 크기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 개의 눈으로도 가능하지만 거리를 알아보는 기능은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 거리를 파악한다는 것은 3차원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눈은 입체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있게 되어서 보다 더 생존율을 높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이 든다.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 눈이 두 개가 있는 것이 한 개뿐인 것보다 더 유리하다면 왜 눈이 세 개, 네 개가 있지는 않는 것일까?
눈의 기능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게다가 눈은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뇌는 이를 다시 재해석한다. 똑바로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낭떠러지가 보인다면 낭떠러지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다른 곳으로 피해서 움직이는 행동 자체가 이의 예이다. 그래서일까? 동물들에게 눈은 공통적으로 다른 장기들에 비해 뇌와 가장 가까운 부위에 위치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눈은 특히 각별하다. 외부의 정보를 입수하는 데 있어 눈의 비중은 절대적이기에 의존도 또한 엄청나다. 장님들의 생활은 어떨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해야 한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시각장애인 도우미 견이나, 하다못해 지팡이라도 필요하다. 안전함과 편리함의 극치를 보이는 현대 사회도 이럴진대, 수렵과 채집으로만 생활했던 기나긴 원시 시대의 장님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분명히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스스로 자기 음식을 구하기는커녕 천적에 대한 제대로 된 방어도 잘 못했을 테니까.
이렇게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눈이기에, 그 눈의 복잡한 기능들은 점점 더 발달했고,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한계 효용의 법칙은 진화론과 생물학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용은 점점 더 떨어진다면, 가장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력만큼만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말이다.
눈을 두 개 만드는 데 드는 노력에 비해 눈을 세 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힘든데도 눈 세 개의 효용이 그다지 높지 않다면 이는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밖에 없다.
지구가 만들어진 시기를 40억년 전으로 추측한다. 그 혼돈의 초기,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자외선이 미치지 않는 바다 속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약 1억년 전으로 잡고 있다. 초기 생명체들은 진화를 거치지 않았기에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에 눈이 한 개 달린 동물과 두 개 달린 동물, 세 개 달린 동물들이 공존했다면 그 중 어느 동물이 가장 유리했을까? 눈이 두 개 달린 동물들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고 한 개이거나 세 개인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지 않았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손가락 수는 왜 다섯 개일까? 어린아이들이 부모에게 종종 물어보는 귀여운 질문이지만 사실 우리는 명확한 답을 알고 있지 않다. 다만 손가락이 네 개인 동물과 여섯 개인 동물들보다 다섯 개 가진 동물이 진화론적으로 더 우위에 속해 있기에, 경쟁에서 이기고 이들을 멸종시킨 후, 더 훗날까지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하고 같은 맥락으로 추측할 뿐이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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