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까?”
실제로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무단횡단을 감행한다. 교통봉사답게, 횡단보도의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마음씀씀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전직 경찰관인 이형동(67), 이성수(64)씨. 필자가 이 장면을 지켜보는 20여분 동안 보행자 100%가 횡단보도 적색신호를 준수하고 신호를 기다렸다. 물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호시탐탐 어떻게 빨리 건너갈 수 있을까 눈치를 보는 이도 있었다. 단 한 사람의 노력이 일상에서 보행자의 안전과 신호등을 지켜야할 필요성을 안겨줌과 동시에, 좀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계림초 뒤쪽, 장미아파트 사거리에서 겨자색 조끼를 입은 이형동, 이성수 교통봉사자는 뙤약볕 아래 사거리 신호등을 따라 계속 걷고 멈추고 또 걷는 등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동을 매일 같이 취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안전기를 들고 왼쪽에 보행자가 위치하는 차량진행방향에 서서 함께 걷는 등 진정 안전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등교와 하교를 위해 달려오는 아이, 학부형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교통봉사자와 학생들이 두 손 가지런히 하고 나누는 인사는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겨진다. 눈높이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에게 그곳을 지나는 시민에게 인성교육의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사람공부’도 함께 가르쳐야 하는데 올바른 의식을 가진 지역사회가 사람공부를 가르치는 큰 스승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교통신호를 지키자고 사람들에게 외치는 기존 안전 캠페인의 패러다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하다.
흔히 교통캠페인하면 전단지 나눠주고 각 신호대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일시적인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원인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이다. 신호등을 통해 신호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좀 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형동 교통봉사자는 “매일 아침 등굣길 교통량이 많은 계림초 사거리에서 2인 1조로 교통안전 봉사를 실시하며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시민들의 교통질서의식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퇴직이후 늘 학교 앞 교통지도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시민들의 교통질서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회전하는 운전자들이 가끔 보여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탓하기보다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에서 시작돼야 한다. 교통사고 없는 그 날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나부터 실천하는 교통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다 안전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알릴 수도 있고, 준법정신에 호소할 수도 있다. 보다 많은 주의 표지판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정말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윤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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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