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동 고분군과 이어지는 샛길 옆으로 아담하고 정갈한 한옥 두 동이 눈에 띈다. 입구 작은 간판에 ‘글샘 카페’라고 적고 있는 이곳은 경주시가 운영하는 북카페 ‘문정헌’이다. 경주의 도심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북카페에서 책도 보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좋은 장소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용하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잘 보이지 않고 늘 한산하다. 2013년 제78차 국제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국제펜대회 기념도서관 문정헌을 개관한 지 3년째다. 문정헌의 건립은 제78차 국제펜대회를 기념하는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책을 통해 시민들이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의욕적으로 시작됐다. 2013년 리모델링과 외부 조경 및 내부 장식을 완료하고 그해 9월 개관했다. 북카페식으로 운영되는 작은 도서관으로서 시 1200여 권을 비롯해 소설, 아동도서, 수필, 외국도서, 문학 월간지, 지역 인문도서 등 총 4000여 권을 진열하고 있으며 식음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진열된 책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등의 기증으로 확보했다. 현재 문정헌은 경주시 관계자와 문인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운영방식과 체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국제펜한국본부 경주지역위원회 사무실이 문정헌 맞은편 필원재에 있으며, 2013년 정호승 시인의 북콘서트를 한 차례 가진 바 있다. 2015년 8월 ‘세계한글작가대회 및 실크로드 경주 2015 심포지엄’을 이곳에서 개최했다. 올해 4월 시민강좌 ‘한·일 문학의 이해와 교류’를 개최하는 등 올해 4월부터는 격월로 시민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경주시가 밝힌 2015년 한 해 동안의 운영현황을 보면, 평일 기준 이곳을 찾는 이용객은 10명 내외이고 주말에는 20명 내외로 운영수입은 연간 620여 만 원, 월 평균 수입은 51만원 정도다. 음료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으나 언뜻 파악해도 이용자 수가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운영자는 1명으로, 주로 도서 정리와 북카페를 운영하는 일을 하며 월 임금은 15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북카페 두 동 중 한 동인 필원재를 폐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직원은 “평소에 문을 닫는 것은 책 분실의 우려도 있고 시민들이 임시 쉼터 즉, 사랑방처럼 생각해서 오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그러나 4인 이상의 단체가 강좌나 스터디를 하는 목적으로 미리 사용을 예약할 경우 무료 개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료 개방이기 때문에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이렇듯 문정헌은 좋은 취지로 출발했고 한옥이라는 전통 가옥 형태의 훌륭한 시설물인데 비해, 에티켓 없는 일부 이용자들의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문정헌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운영위원회와 경주시도 최근 운영시간을 당초의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11시~오후 8시로 조정하고 문화 활용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영업홍보를 한다는 것이 타당치 않고 주변상가의 영업에 지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인 홍보는 부담이 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주의 중요 사적지와 도심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문정헌의 활용에 대해 시민들과 이용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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