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금관이 발굴된 ‘금관총’의 전시 활용계획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신라시대 적석목곽분의 축조 전체과정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또 금관총을 실물 크기로 봉분을 만들고 내부 전시실을 갖추기로 했다.
그리고 금관총 동편 광장조성과 대릉원과 노동·노서고분군(금관총)을 잇는 보행전용도로를 개설하는 등 관광객들의 동선 확보방안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열린 ‘대릉원 일원 대형고분 발굴·활용 기본계획 수립’ 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와 문화재청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 문화재위원과 용역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관총 기본 활용 계획’에 대한 자문회의가 진행된 것.
경주시 등에 따르면 금관총은 기존 천마총과 쪽샘유적 발굴관과는 다른 형태의 전시관으로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천마총은 무덤의 단면에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형태이며, 쪽샘유적 발굴관은 발굴 현장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금관총은 신라시대 적석목곽분의 형태와 축조과정 등을 공개해 이들 전시관과는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관총 전시활용 기본 구상은 금관총과 발굴성과의 공개 전시를 통해 문화유산의 체험, 관광자원, 교육효과 제고 등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분 봉분 형태 및 규모와 유사한 돔 형태의 외형을 유지해 금관총 본연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주변 대형고분과의 이질감 감소 및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
특히 금관총 내부는 적석부와 매장주체부, 목조가구 등을 복원하는 등 기존 전시관과는 다른 형태로 건립해 차별화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금관총 내부 적석부 복원 면수를 3면 또는 4면으로의 추진 여부와 관람을 위한 공간을 1층 또는 2층 구조로 건립할지 등에 대해서는 결론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부 전시실에 전시할 유물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는 이번 자문회의를 토대로 향후 실무자 회의를 거쳐 추진방향을 검토해 금관총 전시 활용시설 기본계획을 설정하고 문화재위원회에 최종 보고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당초 8월 최종보고회를 통해 9월까지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구조 및 전시 유물 등에 대한 확정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사업추진도 지연될 전망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금관총 전시 활용계획이 적석목곽분의 형태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은 확정됐지만, 전시실 활용계획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해 예정보다 늦어질 것 같다”면서 “문화재 위원의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추진방향을 설정, 기본계획 수립 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한 뒤 승인 받으면 실시설계에 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관총 전시 활용계획 추진은?
금관총은 일제강점기 발굴 후 95년 만인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재발굴을 완료했다.
재발굴을 통해 尒斯智王刀(이사지왕도) 명 ‘칼집 마구리’를 비롯해 가는고리 금 귀걸이 1쌍, 굵은고리 금 귀걸이 1점, 가는고리 금 귀걸이 1점도 새롭게 출토됐다. 또 유리그릇 조각, 은제허리띠 장식, 많은 양의 유리구슬, 눈금이 있거나 달개가 달린 금실, 유리 곱은옥, 다양한 토기 조각 등을 확인했다.
특히 왕과 왕족, 최고위급 귀족만 묻힐 수 있었던 거대 봉분의 지상식 돌무지 나무덧널 무덤(적석목곽묘)임이 확인됐다. 또 일제가 당시 완전히 조사하지 못했던 금관총의 돌무지 구조를 확인하고, 돌무지를 쌓기 전 목조가구(나무를 이용해 기둥을 세우고 가로를 연결해 만든 바둑판 모양의 틀) 시설을 한 흔적을 발견한 것 등은 재발굴의 최대 성과였다. 이처럼 재발굴 조사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오류 수정과 재해석 과정을 통해 신라 고분의 원형 복원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국립중앙박물관은 대릉원 일원 대형고분 발굴·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금관총에 대한 전시 활용계획을 추진했다는 것.
특히 신라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중 대형고분 발굴·복원 사업이 포함돼 있어 추진계획과 맞아 떨어졌다.
이에 문화재청, 경주시, 국립중앙박물관이 회의를 열고 복원과 공개방식 등에 대해 논의해 발굴이 끝난 고분에 다시 흙을 덮어 방치하는 것보다 복원 또는 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 경주시의회도 지난해 6월 3일 금관총 관광자원화와 관련, 문화재청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금관총을 천마총과 같이 복원 또는 재현해 관광자원화하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또 출토된 유물을 전시 보관할 오픈식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향후 발굴하는 고분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대형고분 발굴 사업이 진행되면서 금관총 활용방안에 대해 줄 곧 논의해왔었다”면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예산이 확보돼 있고, 금관총 전시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의 부정적인 의견도 없어 추진에 큰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서봉총과 연계 관광자원화’ 주장도
금관총 전시 활용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재 발굴 중인 서봉총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대릉원 일원의 대형고분 발굴·복원 사업 중 전시관 건립에 가장 가치 있는 고분으로 금관총이 손꼽혀 사업이 진행 중이며, 현재 금관총 이외 타 고분에 대한 전시 활용계획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관총과 발굴이 한창인 서봉총을 연계해 고분 전시 활용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금관총과 서쪽편 인접한 서봉총을 연계해 전시관을 건립하면 상당한 규모의 전시관이 될 것”이라며 “관광객들의 도심 유입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서봉총은 표주박 형태의 쌍분으로 1926년 북분, 1929년 남분을 발굴했지만 한정적인 발굴지점, 구체적 조사 내용 부재 등으로 재발굴조사가 필요했던 신라 무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일제강점기 때 발굴한 서봉총에 대해 재발굴하고 있다.
당시 높이 35㎝, 지름 18.2㎝인 금관을 비롯해 금공예품, 토기, 철기, 장신구 등 유물 570여 점이 출토됐다. 경주 고분에서 금관이 나온 것은 금관총, 금령총에 이어 세 번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