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과 파업 등으로 지역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여름 휴가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계휴가 계획조사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휴가비를 적게 지급할 것이라 밝힌 데 이어 경기 위축과 더불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연대 파업으로 2·3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인 지역 제조업체들도 일손을 놓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주상공회의소(회장 김은호)는 지역 주요 제조업체 68곳을 대상으로 2016년 지역 제조업체 하계휴가 계획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 업체 중 79%가 8월 1일에서 5일 사이에 휴가를 실시할 계획이라 밝혔고 8월 8일에서 12일, 7월 29일에서 8월 5일 사이 대부분 여름 휴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제조업체 대부분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로 이들 기업의 휴가 일정(현대차 8/1~5, 현대중 8/1~11)에 맞춰 발주 및 납품하기 위해서다.
지역 제조업체 평균 휴가 일수는 4.2일로 5일 휴가가 47%, 3일 27%, 4일 7%로 쉰다고 응답했으며 약 17%는 쉬지 않거나 내부 조율 중이라 응답했다. 휴가비의 경우 응답 업체 65%가 지급할 계획으로 30만 원에서 50만 원을 지급(32%)이 가장 많았으며 50만 원에서 100만 원(27%) 원, 20만 원에서 30만 원(27%), 100만 원 이상(14%)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지난해 조사결과보다 휴가일은 비슷했지만 휴가비는 줄어들었다.
경주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지역 기업체를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일간 휴가를 실시하는 곳은 46%로, 3일 휴무는 23%로, 4일 휴가는 11%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하지만 휴가비의 경우 지난해에는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지급하는 업체가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30만 원에서 50만 원을 지급하는 업체가 가장 많을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 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아 브렉시트 등 경기 침체, 조선업 불황 등의 여파로 하계휴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로 휴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연대 파업으로 대부분 협력업체들인 지역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노조가 지난 19일 23년 만에 연대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조와 현대중 노조는 19일 첫 동시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20일 22일까지 3차례 동시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차노조는 19일 총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0일과 21일 4시간 부분파업, 22일에는 1조 6시간 2조 전면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19일 3시간, 20일에는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 22일에는 전 조합원이 9시부터 7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인 지역 제조업체들도 반강제적으로 설비를 멈춰야만 한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라인이 멈추면 1차 협력업체는 물론 많게는 4차, 5차 영세 협력업체까지 공장을 멈춰야만 한다. 대기업노조의 파업은 하청업체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경주시청 기업지원과에 따르면 지역에는 1784곳의 업체가 있으며 이중 436개가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로 나타났다. 또한 자동차와 중공업 관련 기계금속 업체도 6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1700여 곳의 업체 중 근로자 100명 이상의 기업은 54곳으로 풍산, 한수원, 지멘스헬스케어, 부민양행 등을 제외한 나머지 51개 기업은 대부분 자동차 관련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대차와 중공업이 26시간 파업을 하게 되면 협력업체들도 설비를 멈춰야 한다. 또한 납품하지 못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1차 협력업체 피해가 2차, 3차, 4차 업체로 번지고 그 피해는 하청업체일수록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동시 파업으로 휴가를 앞둔 협력업체들의 자금에 문제가 생겨 일감 부족은 물론 여름 휴가비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