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정비에 대한 예산부담을 지자체마다 차별하고 있어 경주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천년고도 경주는 전국 지자체 중 국가지정문화재 뿐만 아니라 시·도지정문화재를 그중 많이 보유한 곳으로 매년 이들 문화재에 대한 보수·정비사업비 부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시 살림살이를 더욱 더 궁핍하게 하고 있다.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지난 1964년 4월 21일 ‘보조금관리법시행령’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돼 수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이중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정비 국비 지원을 70%로 규정한 것은 1987년이다. 당시에는 시·도지정문화재 및 전통건조물의 보수·정비도 50%의 국비를 지원하도록 했으나 2005년부터는 국비 지원을 중단했다. 현재 도지정문화재 보수·정비는 국비지원 없이 해당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각각 50대 50을 부담하고 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의 국·도비 부담 비율은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거해 국비 70%, 도비 9%, 시비 21%로 규정돼 있다. 경주지역 내 모든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은 경주시 신라문화융성과와 문화재과가 맡고 있는데 매년 시비 부담은 100억원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경주시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2015년 이들 부서에서 131억8500만원을 부담했으며, 올해도 121억2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비지원이 전혀 없는 도지정문화재 보수정비에도 50%(도비 50%)의 시비를 부담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51조(보조금) 제1항에 따르면 ‘국가는 경비의 전부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전부를 부담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이 규정을 두고 지자체별로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재정이 좋지 않은 경주시에게는 꼬박꼬박 부담을 시키면서 덕수궁 복원정비, 경복궁 2차 복원정비, 조선왕릉보존관리 등 7개 사업은 문화재청이 전액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도 엄청나다. 경복궁 2차 복원정비 사업은 2011년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5400억원, 덕수궁 복원정비 사업은 2015년부터 2039년까지 25년간 560억여원을 국비로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궁능문화재관리 운영, 영녕릉보존정비 사업,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 복원, 익산미륵사지석탑 운영 등의 사업도 전부 부담했다. 국가가 지정해 놓은 문화재를 두고 국가가 앞장서 지역에 따라 차별하는 잣대에 문화재와 함께 하면서 자긍심을 가져왔던 경주시민들로서는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현재 국가의 전액 부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 국비 부담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시비 부담을 조정하는 것이 법 시행의 근본 취지일 것이다. 경주와 같은 천년고도가 없었다면 문화재청이 과연 큰 소리를 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문화재청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규제만 하고 항상 차별하는 느낌을 주는 정책시행으로 인해 시민들의 신뢰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경주시 재정자립도는 18.5%에 불과하다. 이제 신라왕궁이나 동궁과 월지 복원사업도 국비가 지원되더라도 시비를 부담할 수 없어 기약 없는 장기 사업이 되거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경주에서 벌어지는 문화재청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어떻게 제대로 믿을 것인가? 가난한 집안에 짐만 지워놓고 나 몰라라 하는 국가 정책은 결국 신뢰만 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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