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다운 증후군과 몽골리즘Ⅰ에 이어 12세기 유라시아 대륙을 초토화시킨 몽골인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제패했다. 너무 강한 인상을 유럽인들에게 남겨서일까? 몽골인들을 머리에 뿔이 난 악마로 표현한 그림은 유럽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정도로 동양인들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그런 존재였을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중세 유럽의 국가들끼리 힘을 합쳐 이스라엘의 성지를 탈환해 보자는 시도가 바로 십자군 원정이다. 6번에 걸친 십자군 원정은 자신들이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주었고 훨씬 더 앞선 아랍 세계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각성이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중세를 벗어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인 르네상스다.) 당연히 유럽에서 십자군 원정은 역사를 바꿔버린 커다란 사건인데 반해 이와는 대조적으로 또 다른 당사자였던 아랍 국가들은 십자군 원정을 크게 다루지 않고 단지 사소한 국지전 정도로 취급한다. 십자군 원정은 아랍 국가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마치 현대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 관한 기사를 더 자주 다루고, 우루과이나 파라과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모습처럼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위인들의 대부분은 르네상스 이후 사람들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문명은 서쪽으로 이동한다는 말이 있다. 홍해에서 지중해로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그렇지만 이는 지극히 서양에서 본 관점일 뿐이다. 지구상에 문명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초강대국은 역시 중국이었다. 문명이 계속 서쪽으로 이동해 간 것이 아니라, 항상 한족들의 표현처럼 중국이 중심이었고 이동한 적은 없었다고 봐도 매한가지다. 1866년 병인양요, 우리나라 강화도에 침투한 프랑스 군대는 왜 그다지 쓸데도 없는 외규장각 도서라는 책을 훔쳐갔을까? 동양인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사상, 가치관이 들어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단순한 노략질보다 더 큰 목적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귀금속을 아무리 가져가 봐야 그야말로 껍데기일 뿐이니, 더 큰 내적인 것들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병인양요 때의 한 프랑스 장교는 우리 민가를 관찰한 후 ‘주민들의 생활은 무척 가난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집집마다 수십 권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질투 어린 진술도 남아있다. 우리가 일본인을 쪽발이라고, 중국인을 되놈이라고, 또 서양인을 양놈이라고 멸시하지만 우리와 관계가 그다지 없었던 인도나 중동, 남미 제국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는 거의 없다. 사실 비하하는 표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열등감을 스스로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이다. 다운 증후군 환자들의 모습이 동양인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Mongolism이라고 부르는 일이 서양인들의 동양에 관한 깊은 열등감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100년은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본래대로 되돌려놓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1세기로 들어와 세계 속에서 한중일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 중 하나인 세계 GDP 순위에서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역시도 11위에 올라있다. 2050년의 예상으로 한중일 세 나라가 모두 세계 5위 안에 든다는 자료는 수도 없이 많다. 통일 신라 시대는 참으로 찬란했던 우리의 잊혀진 옛 과거였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서라벌이 17만호 100만 인구를 가졌다는 것은 가장 거대하고 성공했다는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시의 인구와도 맞먹을 정도의 규모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먼저 공격했고 잠시나마 승전보를 올린 20세기의 일본도 대단한 이웃이긴 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처럼 우리도 조만간 과거의 그 영화를 다시 누리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김민섭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