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울산 해역에서 지진 발생 시 월성원전은 위기경보 발령기준 중 두 번째로 심각한 경계단계(B급)가 발령됐지만, 지진과 원전안전 등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경주시 등 해당 기관이 국민안전처 재난문자와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 원전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송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8일 열린 경주시의회 국책사업 및 원전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나왔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이날 ‘월성본부 현안보고’에서 지진발생에 따른 월성원전 영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경 울산 동쪽 52km 해역에서 5.0 규모로 발생했다.
그러나 월성원전은 진앙지에서 이보다 1km 더 가까운 동쪽 51km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국내 타 원전보다 높은 0.0144g 규모의 최대지반가속도(지진 규모 약 4.0)가 감지됐다. 진앙지로부터 68km 떨어진 고리원전은 최대지반가속도 0.0092g, 325km의 한빛원전 0.0004g, 184km 거리의 한울원전은 0.0008g로 각각 감지됐다.
이처럼 월성원전이 국내 타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규모의 지진이 감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전특위 위원들은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정보제공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이동은 의원은 “지진 당시 경주시민들이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무런 이상 없다고 하면 시민이 더욱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재난발생 등에 따른 대 시민 정보제공에 대한 책임이 한수원에 있는지 경주시에 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이번 지진 발생 후 대책에 대해서는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주 의원은 “원전 인근 양남면 주민들도 대부분 지진 발생 관련 문자를 받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작은 사안이라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즉각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호 의원은 “지진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인데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였다”면서 “한수원이 이번 지진에 대응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하는데는 아주 미비했다”고 질타했다.
엄순섭 의원은 “이번 지진은 경주시나 월성원전으로 봤을 때는 최고 규모이지만 원전 인근지역 시의원에게도 연락조차 없었다”면서 “한수원이 인근지역 이장들에게 알려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이 전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다수 의원들이 지진을 계기로 경주시와 한수원이 원전 관련 비상상황 시 대 시민 문자전송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은 “현재 매뉴얼에는 반영돼 있지 않은 사항이지만 한수원이 이와 관련한 책임과 권한 등을 잘 살펴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적기에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을 시행토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주요 질의응답은?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번 지진 이후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김영희 의원은 “이번 지진으로 국내 타원전 보다 월성원전이 진앙지와 가까워 문제가 됐다”면서 “이번 지진 규모가 5.0이었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 지진으로 원자로가 중단되면 다른 문제가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은 “발전소가 자동정지 되더라도 뜨거워진 핵연료에서 열이 발생해 지속적으로 냉각해야 하는데, 이 냉각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가가 더 핵심적인 안전 확보요소”라며 “냉각설비가 작동 안 될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설비인 이동형 발전차, 외부 비상용냉각수 유로 등이 설치 완료돼 안전이 확보돼 있다”고 답변했다.
또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당시 내진설계가 0.2g로 돼있지만 평가 결과 일부 시설 지지대 보강 등의 방법을 통해 최신 원전인 신고리 3,4호기 이후 원전의 지진설계기준인 0.3g까지도 견디는 것으로 평가된 바가 있다”고 밝혔다.
정현주 의원은 “이번 지진발생으로 월성원전 내 임시 보관 중인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안전성에도 의문이 든다”면서 “또 월성원전 내 6기의 발전소 정지에 따른 블랙아웃도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 본부장은 “월성원전은 임시 저장시설도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면서 “블랙아웃은 한전의 소관이지만 송전망 계통이 켜져 있어 6개 원전이 정지된다고 해서 블랙아웃이 올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수원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정현주 의원은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문제는 원전특위에서 형식적으로 보고받아 될 문제가 아니다. 시민과 국민이 불안해 하는 상황인데 본부장이 해명하는 정도여서는 안된다”며 “한수원 시대가 됐다하면서 경주에 와 있는데 한수원 사장이 와서 같이 걱정하고 대책을 고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장동호 의원도 “지난 3월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을 완료했고, 의회에서 회의 때마다 줄곧 이야기하는데도 한수원 사장이 오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휘수 본부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본사 관계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통해 본 지진 발생당시 월성원전 대응과 안전대책은?
이날 경주시의회 원전특위 간담회에서는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이 출석해 ‘지진발생에 따른 월성원전 영향’에 대해 보고했다.
전 본부장에 따르면 오후 8시 33분 지진 경보발생 즉시 ‘비정상 절차서’ 수행에 착수했고, 36분 기상청으로부터 규모 5.0의 지진발표 통보문을 접수했다. 이어 40분 원자력안전위원회 월성 지역사무소 및 경주시청, 47분에는 KINS 운영분석실에 각각 구두보고 했다.
58분 재난대응 초동상황반 운영에 이어 9시 8분 위기경보 경계단계 B급 발령으로 관계부서 직원 50%인 445명이 귀소했다.
9시 20분에는 ‘비정상 절차서’에 따라 전 발전소 설비점검을 완료한 결과 피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그리고 오후 11시 10분 위기경보 경계단계를 B급에서 C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초동상황반 운영을 지속시켜 여진에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본부장은 월성원전은 최대지반가속도 기준으로 0.2g(지진규모 진도 6.5)로 내진설계돼 시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월성원자력본부 내 지진감시기에는 최대지반가속도 0.01g이 감지돼, 설계기준인 0.2g에는 한참 못 미치지 수준이었다는 것.
전 본부장은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서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 뿐만아니라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책을 더욱 보강했다”며 “이동형 발전차, 수소를 자동으로 제거해 주는 설비, 비상냉각수를 외부에서 주입할 수 있는 유로 등을 전부 설치해 비상사태에 대비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진 자동정지설비에 대해서는 “설계기준 0.2g보다 조금 낮은 0.18g의 최대지반가속도가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정지 시키도록 돼있다. 설령 자동정지가 안된다 하더라도 0.1g가 감지되면 발전소를 수동정지 하도록 절차서에 규정하고 있다”면서 “지진 트리거가 동작을 하는 0.01g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발전소의 설비 운전 상태를 점검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