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소장의 국보 제28호 금동약사여래 입상은 원래는 이곳 백률사에 봉안되었던 것이다. 이 금동약사불은 불국사 극락전의 금동아미타불,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과 함께 통일신라의 3대 금동불 중의 하나이다.
현존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 최대의 금동불상으로 높이 177cm로 실제 사람의 키와 비슷하고 신체의 비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후한 인상을 풍겨 주고 있는 이 불상은 광배와 양손 그리고 대좌는 없어졌으나 그 외의 보존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불상의 등 뒤와 발바닥에는 광배와 대좌를 고정하던 촉이 남아 있다. 또 불상의 몸 전체에는 주조할 때 안 틀과 바깥 틀을 고정하기 위한 구멍 자국이 33개나 남아 있으며, 뒷면에는 커다란 장방형 구멍이 세로로 4개가 있다. 대형의 불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두께가 일정하여 신라의 주조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머리는 나발이고 육계가 봉긋 솟아 있으며, 얼굴은 사각형에 가까운 원형이다. 긴 눈썹, 가는 눈, 오뚝한 코, 작은 입, 그리고 늘어진 뺨의 살, 턱에 묘사된 군살 등 대체로 우아하지만 약간 긴장된 모습이다. 목에는 세 줄의 삼도가 표현되어 있다.
몸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무거워 보이고 옷자락도 두꺼워지고 있다. 몸집은 큰 편이나 어깨가 빈약하다. 가슴은 비교적 넓지만 양감 없이 밋밋한 편이고, 어깨의 굴곡은 밀착된 불의(佛衣)로 잘 드러나 있으며, 이러한 굴곡은 허리에서도 나타난다. 옷자락 아래로 발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발가락과 발톱을 자세하게 표현하였다.
통견(通肩)의 불의는 가슴에 U자형으로 표현하였다. 옷 주름은 비교적 간략하지만 아래로 내려오면서 성글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씩 엇갈리면서 중심이 끊어져 있다.
현재 양손이 떨어져 나갔지만, 과거 백률사에 안치되었을 때의 사진에 약호(藥壺)를 들고 있는 왼손이 있었던 점과 현재의 양 손목 위치로 미루어 볼 때 오른손을 위로 들어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왼손은 가슴 부근에 놓고 약호를 살짝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약사여래임을 알 수 있다.
약사여래는 동방유리광세계(東方瑠璃光世界)를 관장하며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한다. 중생의 병을 치료하여 수명을 연장하고, 의복·음식 등을 만족케 하는 등 12가지 큰 소원을 세워 고난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이다. 그래서 한 손에는 약호를 들고 있다.
『삼국사기』기록에 의하면, 8세기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기근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병들거나 죽었다고 한다. 당시 신라 사람들은 석가모니 붓다의 말씀보다 바로 병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약을 주거나 병들어 죽은 후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약사유리광정토에 태어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것을 간절히 염원하면서 만들었던 것이 바로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