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증후군(Down’s syndrome)이라는 선천성 질환이 있다. 인간의 염색체는 모두 46개이지만, 이 다운 증후군이라는 질환은 특이하게도 21번째 염색체가 한 개 더 많아 모두 47개를 가진 채 태어나는 질환이다. 발육이 늦고 지능 지수도 낮으며 수명 또한 일반인보다 짧다.
다운 증후군은 상당히 독특한 얼굴 모습을 가지는데, 눈 사이 거리가 멀고, 얼굴이 약간 납작한 형태를 띤다. ‘전 세계 다운 증후군 환자는 모두 형제 자매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이하다.
이런 특징을 가진 질환을 일컬어 Down이라고 부른다. up이 아니라 down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최초 발견자의 이름에서 따왔지만 아마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으리라.
다운 증후군에는 또 다른 이름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Mongolism이다. Mongolia, Mongolian은 모두 몽골, 몽골인을 가르키는데, 그럼 Mongolism을 직역하면 몽골주의 정도가 되겠다. 접미사 -ism은 주로 ‘-주의’라는 의미를 갖는데, sexism(성차별주의) ageism(연령차별주의), racism(인종차별주의)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다운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유전 질환을 어떻게 몽골리즘으로 부를 수가 있을까? 몽골리안은 중국 북쪽 경계의 몽골 국민들을 가리키지만 넓은 의미로는 황인종 전체를 일컫는 단어도 된다. 아시아인들이 어떻게 다운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유전 질환과 연결되어 사용된 것일까?
서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멸시이자 조롱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조롱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동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열등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서양이 동양을 앞서나간 것은 인류 7000년 문명사에서 최근 200년에 불과하다. 기나긴 인류사에서 서양이 동양에 미치지 못한 사례는 사실 수도 없이 많다. 최소한의 생필품인 의식주도 스스로 해결하기가 힘들어, 이를 동양에서 구입하고자 천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고, 그것이 바로 비단길이라는 실크로드다.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는데, 그 재료인 비단 제작 기술이 없었다. 당시는 요즘처럼 저작권이나 특허권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으니 단지 장인이 만든 것을 그대로 흉내 내서 따라하면 되었지만 그래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을 보내어 기술을 습득하면 되는데, 아무리 시도하고 또 시도해도 결국은 실패하니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수년간 걷고 또 걸어 직접 구매하게 되었고 이는 훗날 실크로드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 다른 항목으로 도자기가 있다. 청명하고 은은한 빛깔의 그릇, 간단해 보이지만 이런 그릇 제조 기술은 실제로 굉장히 유용하다. 자기 제조 기술이 없어서 나무로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머지않아 그릇에 음식이 배게 되고, 곧 상하게 되어 저장도 힘들다. 도자기 기술은 사실 먹을거리에 관한 기술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식생활과 관련된 기술이다.
그런 의식주에 관한 필수 요건을 스스로 충족하지 못해서 애초에는 마르코 폴로처럼 먼 길을 걸어서 왔지만 아랍 국가 오스만튀르크가 이 길을 차단해 버리니 다시 뚫지도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을 찾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대항해 시대로 연결되어 버렸다.
인도로 가는 항해를 서쪽으로 돌아가서 결국 찾았다고 착각한 콜럼버스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난데없는 인디언이라는 칭호를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난센스다.
12세기 유라시아 대륙을 초토화시킨 몽골인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재패한 그네들, 너무 강한 인상을 유럽인들에게 남겨서일까? 몽골인들을 머리에 뿔이 난 악마로 표현한 그림은 유럽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정도로 동양인들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그런 존재였을까?
김민섭 시민기자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