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소장하고 향유하는것은 큰 즐거움이다. 그 미술품들을 감상하고 소장하기까지는 화랑들의 역할이 크다. ‘화랑’이라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에 연유한다.
미술품으로 기획,초대 전시를 하며 미술품을 팔고 사는 상업 행위를 하는 곳을 ‘갤러리(화랑)’라고 한다. ‘미술관’은 전시는 하되, 상업 행위를 할 수 없는, 즉 미술품으로 상행위를 할 수 없는 곳이다.
지역에도 ‘갤러리 배동’, ‘갤러리 봉봉’, ‘갤러리 올레’, ‘신원 갤러리’, ‘갤러리 청와’, ‘라우 갤러리’, 안강에 있는 ‘전원 갤러리’, 감포 깍지길 구간 내에 있는 ‘갤러리 등대’ 등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작가 저변을 확대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분투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관 소식이 잇따르고 있으니 작은 도시에 갤러리가 많은 편인 것.
허두환 대구화랑협회장은 “갤러리스트(화랑 대표)가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에 따라 갤러리 색깔이 달라진다. 지역의 갤러리들일수록 지역성을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최근에는 문화 사업 등 멀티형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시장성이 좋으면 많이 생기겠지만 전국 240여 개 시군구 중 아직 갤러리가 없는 지자체도 많다. 경북도에서도 청도, 경주, 경산, 포항, 군위, 구미 이외에는 갤러리가 없는 것으로 안다. 갤러리 운영은 단지 전시만으로는 운영, 유지하기 어려운 애로점이 있으므로 생성소멸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갤러리 대표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을 ‘백조’에 비유한다. 그만큼 외연과는 달리 운영의 고충이 크다는 의미로 비쳤다. 경주의 화랑 대표 4인을 만나 그들의 고충과 비전에 대해 들어 보았다.
갤러리 청와
갤러리 청와는 2013년 개관했다. 유서깊은 봉황로 문화의거리에 새로운 명소가 탄생한지 4년째. 녹록치 않은 저력의 ‘아카데믹’한 부부(조금진 갤러리 청와 대표, 고경래 경주대 교수)가 갤러리 청와를 개관 한 것. ‘갤러리 청와’는 경주시민의 예술적인 호흡을 주도하고 지역의 문화축제를 이끌어 지역문화의 명소로서도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었다.
조금진 대표(50)는 “대표적인 전시를 꼽는다면, 근성을 가지고 전통과 현대를 잘 접목시켜 끈기있게 작업하는 작가로 높이 평가하는 요시다히로키 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경주에서 소개한 것은 행운으로 본다. 또 누드 크로키 회원전도 의미깊은 전시였다. 유병조 선생 먹전은 3회를 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이철진 작가전도 우리 갤러리와 잘 어울려 내외국인, 관광객도 행복해 했다” 고 전했다.
청와는 그간 참 많은 도전을 해왔다. 개관 초기 전시 위주에서, 대중과의 간극을 좁히기위해 커피숍도 운영하고 아트 상품도 다뤘다. 또 자체 기획한 예술인문학강의, 시민인문학강의, 누드크로키 기획, 어린이 미술관, 인디밴드 공연, 시 낭송회 등 시민들과 관람객들에게 선보인 다양한 문화적 시도가 주목을 끌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갤러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은 안타깝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면서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다양한 예술적 호흡으로 서비스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카데믹한 일에 몰두하고 그 생각만으로 진행했고 운영도 잘 될 줄 알았는데 다양한 일에 무리한 투자를 했던 것이 힘든 요인인 것 같다. 지금도 대관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더 나은 운영을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하는 전시들은 통통 튀는 새로운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서 경주에서 보기 힘든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 우리 부부 작품은 중앙에서 알리고, 다른 갤러리들과의 교류전도 가지고 싶다”
조금진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국립동경예술대학대학원 미술교육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갤러리 라우
경주에서 손꼽히는 열혈 슈퍼우먼 중에서 단연 라우 갤러리 송 휘 대표(49)를 꼽을 수 있다. 사설 갤러리가 불모지였던 경주에서 화랑으로서 제대로 역할해 안착시킨 것. 지역에서 갤러리 붐을 일으킨데 일조한 송 대표는 국내외 아트페어에 활발하게 참여하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지명도 높은 작가군을 확보해 기획, 초대전을 가지고 지역 작가 초대전도 다수 열었으며 경주의 전시문화 발전에 기여한 바 또한 크다.
2009년 개관한 라우는 올해로 9년차 운영되고 있다. 송 휘 대표는 대표적인 전시로 2014년 경주예술의전당 전시실로 옮긴 확장 이전전이었던 박수근 3대전을 우선 꼽았다. 또 세계작가초대전(백남준 드로잉을 비롯해, 강익준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 외 미국 , 독일, 프랑스 작가들이 1,2부로 나눠 참여), 경주를 그리다 전(한국, 미국, 러시아 등의 작가가 참여해 경주를 그리는 작업으로 올해 4회째), 출향작가초대전, 북한작가8인초대전 등을 꼽았다.
송 대표는 “경주에서 작품을 한 점 얻어가는 것이 당연시됐던 풍토에서 작품을 ‘사고 판다’는 인식을 심었던 것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송 대표는 라우 갤러리라는 공간은 경주에 있지만, 수익은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창출해 그 수입으로 이곳 갤러리를 유지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지금껏 아트페어 참여는 많게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기도 했으니 50회를 훨씬 넘는다. 페어장을 다니면서 미술시장의 큰 흐름을 읽고 좋은 작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사실 한 달 내내 전시하면서 한 점도 안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재능있는 작가들을 초대하는 것은 작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작가가 초대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전시의 이력에 한 줄 보태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송 대표는 그간의 이력으로 고도 경주에 위치한 갤러리라는 이점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달 뉴욕 아트페어에 이어 올 7월은 제주 아트페어에 참여할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전시를 보여주는 장으로서, 관람객들이 와서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송 대표는 동국대 서양화과 졸업, 경북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동국대 미술대학교 외래 교수, 대구예술대학교 미술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배동
삼릉 숲이 우거진 배동에 위치한 갤러리 배동은 2015년 개관했다. 갤러리 공간을 주로 하면서 커피숍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윤영숙 대표는 경주에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누구나 즐길수 있는 작은 문화예술 장소로서 최적지라 판단해 이곳에 개관했다고 한다.
갤러리 배동은 짧은 개관 이력에도 다양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개관전으로 이영철 작가와 정길영 작가의 2인전, 프랑스작가 Thomas Lamadieu 개인전, 꽃그림 4인(정우범 ,김경환,송해용, 김종수 작가 참여)전 등을 가졌고 오는 31일까지 전각으로 유명한 진공재 작가 초대전 ‘솔밭에서 숨고르기전’을 현재 열고 있다. 이어 8월에는 이철진 작가 외 2인전을 비롯해 내년 봄까지 전시가 계획돼 있다고 한다.
윤 대표는 “경주에서의 갤러리 운영의 애로점은 결국, 작품 판매 매출부분인데 처음부터 많은 매출을 바라고 개관한 것은 아니다. 갤러리 배동은 경주시민뿐 아니라 전국구 고객이 대상이라는 것을 점차 느끼고 있다. 지리적으로 삼릉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대구, 포항에서 오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부산해운대에서도 오션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서 전시를 기획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고 한다. 윤 대표는 “오션갤러리에서도 초대전만 하고 있어서 갤러리 배동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갤러리 성격에 부합하는 작가들을 초대하고 있다”면서 “문턱을 낮춰 경주시민과 관람객들이 즐길수 있는 작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바랐다. 윤 대표는 대구효성여자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빠리 8대학 정보학석사, 프랑스 빠리 8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수료했다. 현 부산 해운대 오션갤러리 대표, 부산 경성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컨텐츠 학과 외래교수로도 활약중이다.
갤러리 신원
오릉을 끼고 낮은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한옥 지붕을 이고 있는 신원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김승유 대표(47)가 운영하는 갤러리 신원은 2013년 3월 개관했으니 4년째다.
“대표 전시로는 권정순 교수의 민화전, 김주임 작가의 민화전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김주임 작가는 익히 알려져있는 민화가 아니라 매우 새로운 시도로써 혜원 신윤복 그림의 세부적인 재해석이었다. 그 외 서양화전도 기획했다. 주로 민화전을 하는 것은 전공이 민화여서 민화인과의 교류가 있어왔고 가족에도 중진민화작가가 있어서다”
김 대표는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사법 고시를 준비하다가 성향이 맞지 않음을 절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계명대 대학원에서 민화를 전공하게 됐고 이후 갤러리를 차린 것.
김 대표 역시 갤러리 만으로는 유지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애초에 예견된 일이었지만 커피숍을 겸하는 공간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 김 대표는 ‘버틴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갤러리를 좀 더 키워서 작가가 이 공간에서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작가군이 형성될 것이고 굳이 작가를 섭외해야하는 어려움은 줄어들 것이다” 면서 주로 민화 작가를 양성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갤러리 신원은 성격이 분명한 갤러리였다.
신원 역시 역시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현재 갤러리 신원에서는 김주임 작가가 민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민화 수업을 하고 있다.
“갤러리 신원은 가능하면 인테리어는 물론, 모든 것을 기성제품이 아닌 직접 손으로 만드는 수제품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구성할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덜 세련되고 투박하고 거칠 수 있지만 외형뿐만 아니라 내연의 면모도 그러한 것을 추구하려 한다”
차후 전시로 민화 병풍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전시 공간을 바꾸기 위해 땀 흘리며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