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추진이 백지화 됐다. 영남권 신공항 꿈은 1990년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수차례 정치권에 휘말려 논란만 키운 채 26년만에 결국 좌절된 국책사업이 됐다.
정부는 지난 21일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였던 부산 가덕도도, 경남 밀양도 아닌 현재 운영 중인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는 프랑스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결과를 받아 들였다. 백지화 결정이유는 ADPi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두 곳의 후보지에 건설하는 것보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 안을 결정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부산 가덕도와 밀양 두 곳 중에 한 곳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짐으로써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산권과 영남권의 갈등만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영남권 신공항 추진은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신공항의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올랐으며, 2006년 12월 노 대통령이 신공항 검토를 지시하면서 공식화됐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2007년 11월 용역결과 발표, 2009년 12월 2차 용역결과 발표를 통해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2011년 3월 입지평가위원회는 ‘가덕도와 밀양, 신공항 미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김해공항 확장안도 제시됐지만 비용과 소음문제, 용량 확보 등이 문제가 됐으며, 그해 4월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계획 백지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신공항 건설 공약과 함께, 2013년 4월 국토부가 신공항 추진을 발표하면서 재점화됐다. 당시 이미 백지화 된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영남권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술수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국책사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는데 있다. 지금 영남권 민심은 국가적 중대사인 영남권 신공항 추진마저 결국 선거용에 불과했다는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정부가 부산권과 영남권의 민심만 더 갈라지게 만든 것이다.
국책사업의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결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과 같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추진 발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사료된다. 이번 결정에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가장 큰 과오는 일관성 없는 추진과 불확실한 사업으로 민심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깊은 반성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리고 언제까지 정치권에 휘둘리는 영남권이 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