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전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은 경주에서 시작됐다. 경주동궁원 중 ‘동궁식물원’은 동궁과 월지에 우리 조상들이 최초로 화초와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스토리텔링해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아열대 식물원으로 사계절 전천후 복합문화 공간이다.
동궁원 관람객 인원은 2013년 9월 개원 당시부터 지난달까지의 기준으로 개장 2년여 간 1백14만1155명을 기록해 경주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1일, 최근 개관한 제2관을 비롯해 본관(제1관)을 중심으로 하는 동궁식물원을 둘러보았다. 희귀종과 식물원을 대표하는 가치있는 종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생육이 까다로운 종들, 그들의 귀한 몸값, 대부분이 수입종으로서 그들을 들여온 경로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유리 궁궐 속 아열대 수종과 초화류들은 밀림 속을 거니는 듯한 원시감을 선사했다. 진귀하고 화려한 열대 초화류들은 생육 조건을 충족시키는 세심한 관리 속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식물원에서 듣는 음악 한 곡 선정에도, 식물 하나의 개체 선정에도 더욱 신중한 선택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2관의 메인 수종 이외, 식재된 초화류에는 일반 화원에서나 도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들이 많아 못마땅했다. 정확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세심한 디자인을 한 뒤 식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열대 우림 속 걷는듯한 맛과 이벤트 위한 전시 온실로 구성한 것이 특징
경주 동궁원 박계현 담당자는 “본관은 아열대 우림 속을 재미난 동선을 통해 걷는 맛이 특징이죠. 일반적인 식물원으로 사계절 항상 나무 위주로 울창한 열대에 와있는듯한 수종이 대부분입니다. 테마별로 감상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울창해지죠. 반면, 제2관은 초화류 위주로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하는 힐링식물과 화초의 조합으로 현대식 정원을 거니는 콘셉트입니다. 사계절마다 꽃을 달리 심을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공간입니다” 고 했다.
2관은 계절별 꽃을 즐길수 있는 플로라 정원형으로 온실 중앙에 계절별 아름다운 꽃 볼 수 있는 전시공간 외 고가관람로를 따라 공기정화 식물 및 열대 힐링식물과 꽃 파고라 및 필라덩굴 식물을 배치하고 있었다.
-동궁식물원 본관(제1관)...동궁식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국내에 없는 수종 12종 보유
동궁식물원 본관(제1관)은 신라시대 전통 궁궐형태로 건축된 유리로 만든 궁궐이다. 내부는 야자원, 관엽원, 화목원, 수생원, 열대과수원 등 다섯가지 테마로 총 400종 5500여 본의 아열대 식물들로 구성돼있다. 이곳에는 동궁식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국내에 없는 수종 12종을 보유하고 있다.
‘붉은 원종고무나무’, ‘그린볼’, ‘핑거루트’, ‘리카니아’, ‘시나몬’, ‘세나스팩타 빌리스’, ‘시써스노로사’, ‘콘지아토멘로사’, ‘멜로포럼’, ‘필로까보스’, ‘아나나스류(브리시아, 에크메아 등)’ 등이 그것이다.
또 향기도 좋고 몸에도 이로운 힐링식물 9종으로는 ‘시나비올라’, ‘모닝가’, ‘노니’, ‘시나몬’, ‘핑거루트’, 향수의 원료인 ‘일랑일랑’, ‘용안’, ‘기보과’, ‘미첼리아 알바’ 등이다. 이들 중 아직 활착 중인 것도 있었다.
수목류는 ‘보리수’, ‘봉황목’, ‘모링가’, 이곳에서는 아직 개화를 못했지만 백합같은 꽃이 핀다는 ‘미인수’, 여행자가 이 나무를 보고 방향을 알았다고 해서 여행자 나무라고도 불리는 ‘여인초’, 종이의 원료인 ‘파피루스’, ‘카나리야자’, ‘바오밥’, 재작년과 올해 두 차례 꽃을 피우며 기염을 토한, 시체썩은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시체꽃’은 3년에 한 번씩 핀다고 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고 한다.
그 외에 ‘올리브’, 세계 최대 크기의 과일 ‘잭후르츠’, ‘사계목서’, 귀한 종이라고 하는 ‘수생야자류’, ‘종이꽃’, 바다에서 산다는 ‘맹그로브’ 등이 식재되어 있다. 꽃이 화려한 수종도 개별적인 생육 조건을 맞출 수가 없어 개화를 하지 못하는 예도 있었다.
이 밖에도 하와이 원주민들이 꽂는다는 ‘푸르메리아’, ‘열대 무궁화’ 종류도 다양했다. 알로에베라와는 달리, 목질화된 ‘알로에디포토마’,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다행히 꽃을 볼 수 있었던 ‘미키마우스 트리’라는 꽃은 미키마우스를 닮아서란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는 수령 50년이고 여기 들어와서 많이 자랐다. 이곳에도 100년 이상 된 ‘보리수’가 있는데 2관의 300년 수령의 보리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동궁식물원의 자랑거리였다고.
샴푸의 어원이 되는 나무로 알려진 ‘미첼리아 참파카’, 100년된 커피 나무도 있었다. 열대 과일인 망고스틴의 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궁식물원 2관... 300년 수령의 동궁원 자랑거리 ‘보리수’, 마법의 3색 ‘부겐빌레아’ 보유
2관에서 본관으로 가는 도중에는 공중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이 공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한 공간이다. ‘박쥐란’, ‘아칸타리아 임페리얼(동궁원에만 있음)’, ‘수염 틸렌데시아’ 등의 식물로 구성돼 있어 또다른 이색적인 즐거움을 주었다.
경주동궁원 식물보존담당 강정만 팀장은 제주도 여미지식물원 개관서부터 20년간 근무했으며 국립생태원에서도 일했던 베테랑 담당자다.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한 보호종들은 국제규약에 의해 수입할 수 없습니다. 일단 들여온 열대 식물들은 기후 조건만 잘 맞춰주면 대체로 잘 자라줍니다. 이곳에서는 주로 3, 4월에 개화가 많지만 연중 수시로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지요” “병충해 방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방제 작업을 합니다. 물로 씻기도 하지만 야간에 미스트 식으로 자동분사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 했다.
강 팀장은 “좋은 나무 하나 만으로도 그 나무를 보러 오는 관람객이 많습니다. 동궁식물원 2관에서 가장 효자 상품이기도 한 특별한 식물로는 3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보리수가 있습니다. 국내 온실식물 중 최대 수령이죠. 이 나무는 수고(樹高) 때문에 오픈 컨테이너로 태국에서 들여왔는데 식수를 할때도 특수 장비로 힘들게 심었습니다. 올 3월에 들어왔을때는 잎이 하나도 없었던 상태였고 우려와는 달리, 지금은 잎이 활짝 피어서 다행이죠. 원산지 환경에 맞추고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이 보리수의 몸값은 수 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또, 태국에서 들여 와 3월에 심은 ‘붉은 원종고무나무’도 수령 250년 정도다. 이 나무는 붉은색 어린새순으로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자라면서 초록색이 된다고. 인도네시아산 붉은색 야자도 귀한 야자종이다. 한 나무에서 3가지 색깔(분홍, 빨강, 흰색)의 꽃이 피는 마법의 3색 ‘부겐빌레아’는 마치 조화같은 드라이 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꽃도 동궁식물원의 자랑거리.
-아열대 식물, 제주도에서 일단 심어 적응시키고, 다시 경주로 이식하는 힘든 여정 거쳐
동궁식물원의 건축과 조경 일체는 공개입찰 과정을 거친다. 아열대 조경을 하는 이들은 전국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동궁식물원 입찰에 응모한다는 것 자체가 전문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 초대 원장을 지닌 이가 입찰됐는데 그는 제주도에 큰 농장을 소유한 이로서 수입종을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을 지녔다.
경주 동궁원 박계현 담당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배에 선적해 들여옵니다. 수종을 확보한 뒤 아열대 수종은 겨울에는 활착을 하지 못하므로 제주도에서 일단 심어서 이곳에서 심을 수 있을 때까지 키워, 다시 경주로 이식하는 힘든 여정을 거칩니다”고 했다.
수입종들은 약간의 적응 기간을 제주도에서 보내는 것이다. 아열대 식물군은 경주에서 바로 심을 수 없기 때문. 설계 당시부터 이식까지 매우 신중한 과정을 거친다. 이곳에는 최고 수천만원까지 호가하는 식물이 몇 그루 있다. 이 비용에는 한 개체당 자체 가격, 선적비, 이동운임료, 조경, 이식비 등 이곳에 심어지기까지의 한 그루 당 드는 총 비용이라고 한다.
박 담당자는 “온도, 습도 바람, 햇빛 등을 포괄하는 자동멀티제어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넓은 공간이고 다양한 수종으로 각각 생육환경이 다르므로 시스템과 함께 항상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관찰하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현재 동궁식물원에는 전문가 5명의 직원이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습도 조절을 위해서는 야간에 안개식으로 분사를 해 습도를 조절한다. 원활한 온도 조절을 위해 개관 당시 이 지역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라 2011년 도시가스를 설치해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기시설도 한전을 통해 지중화 작업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