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경주시민의 날이었다. 경주시민의 날은 박혁거세 시조 왕이 신라를 건국한 기원전 57년 4월 병진일을 기념하고자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이다. 경주시에서 2007년 11월에 조례를 제정하여 2008년 첫 번째 기념행사를 가진 후 올해로 9번째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시민의 날을 9회째 맞이하였지만, 그 의미를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처럼 시민의 날이 신라 건국일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것은 신라 건국과 무관한 행사로 채워진 탓도 크다고 하겠다. 다행히 이번 행사에는 그 이전과 다르게 신라문화를 재해석한 프로그램이 반영되어 그나마 시민의 날 본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신라 고취대의 거리행렬, 신라오기 공연, 신라금(新羅琴) 재현과 박혁거세, 무열왕, 문무왕, 최치원 등과 같은 인물들을 주제로 한 샌드아트 퍼포먼스 개최가 그 사례라고 하겠다. 신라 건국일을 시민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는 문화행사는 그 본질적 의미를 참가자나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신라 건국일을 기념하는 행사는 신라 건국신화가 천년사직을 지탱할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시민의 날 행사는 나정과 알영정에 담겨있는 건국신화에 대한 문화원형 탐색과 이를 현재적 관점에서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경주시민의 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과 정비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라 건국이념을 되새기는 문화행사는 신라역사의 근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라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사업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공감대 형성은 신라문화의 원형발굴과 재해석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서 출발한다. 나정과 알영정에 담겨있는 신라 건국신화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거울이고, 인류 공통의 경험이 무의식에 각인되어 전해지고 있는 신화라는 점에서 신라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적 측면에서 신화나 전설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탈근대관광 관점에서는 그 의미를 재해석한 이야기를 문화기술(CT)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전달하는 것이 관광자원으로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창의적 해설과 재해석은 과거로 여행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라문화의 발상지이자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경주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이 가능한 문화적 소재가 다양하게 산재해 있지만, 신라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건국신화에 대한 원형발굴과 재조명이 우선되어야한다. 시민의 날 문화행사는 신라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신라시조의 탄강처(誕降處)인 나정(蘿井)에서 건국신화를 소재로 축제나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신라 건국설화 중에는 나정이 시조 박혁거세가 하늘로부터 탄강한 장소로 기록되어 있다. 나정은 시조 왕과 관련된 장소로 건국설화가 전승되면서 신라시대 성소(聖所)로 여겨졌을 것이고, 시조 왕을 기리는 의례가 행해지는 장소로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조신화의 주인공들을 국조신이나 조상신으로 모신 제의에 대한 기록으로 단군, 주몽, 혁거세, 수로 등과 같은 주인공들은 신으로 숭앙되었고, 이들 신화가 제의와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가 고대 제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축제 향유자는 현대인들이기 때문에 축제는 고대의 신화성과 놀이성의 조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민의 날 행사는 신라 건국신화의 장소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나정에서 제의와 놀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축제형태로 제례를 재현하여 신라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