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각자가 열심히 살면 그것이 결국 관광이 된다’는 말은 이번 기획(본지 1244호~1246호에 걸쳐 소개된 경주의 ‘오래된 가게’(1~3))를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경주 속 오래된 가게에 대한 환기와, 오래된 도시 조직 유지를 통해 고도(古都)의 정취를 배가시킬수 있는 장치로서의 장소성에 주목한 이번 기획을 마치면서 기자는 두터운 가게 ‘지층(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40~50년 된 가게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주인인 그들 대부분은 베테랑 기술자거나 장인이거나 혹은 경주를 대표하는 ‘명물’ 들이었다. 청춘을 바쳐 우직하게 일 한 이들이었다. 격변의 현대사를 지니는 오래된 가게들은 비교적 건재했지만, 시류에 밀리거나 조변석개하는 패턴에 부합하고 있었다. 선진 외국의 경우, 수 대에 걸쳐 한 장소에서 운영하는 오래된 가게는 국가의, 도시의 자랑거리다. 경주에는 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업을 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집계 자체도 어려웠다. 취재 협조를 구하는데도 언뜻 그 취지를 이해조차 잘 하지 못하는 관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대체 오래된 가게들은 무엇 때문에 취재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취재하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고 그들 삶의 이야기보따리를 헐기란 간단치 않았다. 새로운 것, 세련된 것에 집중하고 목말라하는 요즘의 세태와는 거꾸로 가는듯한 취재 방향성이 문제였을까. 주목하지 않는 기획이었다. 때론, ‘오래된 가게면 뭐 지원이라도 있냐’면서 관심을 주지 않았고 가끔은 오래 한 가지 생업을 해 온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인식의 부재였겠지만 낡고 오래되고 후미진 가게에 대한 낯선(?) 선입견이 일반적 정서였다. 그간 시민자전차상회, 건천대장간, 감포선구점, 월성자동차정비공장, 학교 앞 삼우문구점, 문화의거리 내 있는 표구점 삼선방, 옹기전 옹기집, 송화슈퍼, 남광목공소, 전촌할매횟집 등 10곳의 가게를 소개했다. 이 뿐이랴. 낡은 동네 정미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정겨운 이발소, 경주시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전소리사’, ‘제일서점’, 구두를 직접 제작하는 수제화점, 맞춤 양복점, 황오동 제재소, 팔우정 해장국 가게를 비롯한 오래된 식당 등 아직 우리 주변에서 호흡하고 있는 오래된 가게들은 많다. 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가게들이 건재할때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주기 바란다. 낡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은 장소와 업종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우리들 추억과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래되면 구식’이 아니라 경주의 역사를 끌어안은 오래된 가게들은 이제 도시 재생의 차원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오랫동안 사유와 시간이 담긴 장소성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데이트한 장소를, 우리가 머물며 웅숭깊었던 그 곳을 우리 자녀와 같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경주시가 오래된 가게에 대해서 통합관리사업단을 통해 주민들이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것을 주지시키고 오래된 가게에 대한 새로운 가치, 몰랐던 가치에 대해 교육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랫동안 일하고 이야기들을 간직한 장소성이 부각되고 그래서 사람 사는 향기가 유전(遺傳)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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