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말부터 본격화 된 동천동 변전소 관련 민원이 8년째 표류하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변전소 이전을 촉구했던 주민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국전력공사 측과 옥내화로 전환하기로 합의해 추진 중이었지만, 이번엔 문화재 주변 경관보존을 위한 문화재보호법 등 관계법령에 의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 경주시와 한전 등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는 지난달 27일 동천동 변전소 현지 확인을 통해 한전 측이 제출한 건물 높이 18.5m에서 14m로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조치했다. 또 건물 외벽 주변과 어울리게 설계하고, 현장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작성해 6월말까지 제출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17일 열린 사적분과 제2차 위원회 심의에서는 한전 측이 제안한 ‘헌덕왕릉 주변 변전소 신축 및 변전설비 설치’ 안건에 대해 문화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했었다. 이어 5월 11일 열린 제5차 사적분과 위원회에서 ‘현지 조사 후 재검토’하기로 하고 보류한데 이어 27일 문화재위원들이 현지 확인 뒤 이 같은 조치사항을 내린 것이다. 당시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 등에 따르면 변전소 신축 및 변전설비 설치는 현재 노출돼 있는 변전설비를 옥내화하는 사업이다. 한전이 24억 여원의 예산 전액을 들여 현 변전소 부지 7920㎡에 건축면적 2440㎡,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변전소 1동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진통 끝에 옥내화 결정···문화재보호법에 ‘덜미’ 변전소 관련 민원은 동천동 주민들이 경주변전소 이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008년 12월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시민서명을 받은 탄원서 제출 등으로 이어지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대책위은 1977년 변전소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변두리였으나 지금은 도심지역이 됐다면서 변전소가 외곽으로 가더라도 송전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만큼 조속히 이전할 것을 촉구했었다. 또 지가 하락과 시가지 일원 경관 훼손, 그리고 전자파 발생으로 인한 피해 등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한전 측은 300억원의 막대한 이전 비용과 이전 지역 내 또 다른 민원제기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2012년 3월 변전소 이전계획을 옥내화로 전환하는 등 협의안으로 주민들과 의견 차를 좁혔다. 그러고도 3년이 지난 2015년 6월경에서야 한전본사는 ‘경주변전소 옥내화 심의회’를 열고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해 옥내화 사업이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 부지가 사적 제29호 헌덕왕릉과의 직선거리가 불과 300여m 내외로 문화재보호구역 내 위치해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한전은 지난해 12월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에 이어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았지만 ‘부결’과 ‘보류’ 등의 결정이 내려졌다. 조망성, 마루선, 왜소화 등 문화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도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문화재위원 현지 확인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위원들이 변전소 옥내화를 위한 건물 신축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건물 층고가 높아 문화재 경관 훼손과 추후 발생할 다른 건축물의 승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한전, 신축 건물 높이 하향 위한 기술적 검토 중 한전 측은 건물 높이를 당초 계획인 18.5m에서 14m로 하향 조정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조치에 난감해하면서도 T/F팀을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전 측에 따르면 변전소 내 전력설비의 높이에 맞춰 설비와 천장 간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기술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물 높이가 18.5m로, 이에 맞춰 설계를 했다는 것. 만약 건물 높이를 낮추게 되면 면적이 넓어지고 공사 중에 경주지역 일부 또는 전체가 정전될 수밖에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건물 높이를 낮추는 것은 전력설비의 안전거리와 맞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경주변전소 옥내화사업 T/F팀을 구성해 층고 하향조정에 관한 기술적인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오랜 기간 변전소 인근 주민들이 전자파와 소음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시와 시의회 주민들의 요청을 한전이 받아들여 시행하는 사업인 만큼 옥내화 사업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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