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교장 최중환)는 지난달 16일 성년의 날(계례)을 맞이해 ‘당의(唐衣)’ 기증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서 재능 기부로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한 미담이 있어 지켜보던 학생들과 전 교직원의 마음은 뭉클했다. 미담의 주인공은 바로 박화순(79) 전통 한복 장인이다.
박 선생이 기증한 ‘당의’는 간이예복 또는 소례복으로 평복 위에 입었으며 계절에 따라 재료를 다르게 해서 궁중에서는 사철 평상복으로 입었던 옷이다. 여성이 ‘계례(笄禮, 성인식으로 남성의 성인 의례는 ‘관례(冠禮)’라고 함)’를 할 때 비녀를 꽂고 평상복인 한복 위에 당의를 입혀 성인으로서 책임있는 사람이 될 것을 당부하면서 예를 완성하도록 했던 옷이기도 하다.
이 학교와 박 선생의 인연은 지난해 7월, 이 학교 계례식에 김영란 전 대법관과 함께 손님으로 참석하면서부터였다. 박 선생은 “경쟁에만 내몰려 인성이 메말라가는 교육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인성예절교육 차원에서 실시한 이 학교의 계례 행사를 지켜 본 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면서 “이를 계기로 제가 평생 해 온 재능인 한복 만들기를 접목해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당의를 입혀 성인이 되는 전통 계례 절차를 완전하게 재현해주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박 선생은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짓는 일에 60여 년 몸담으며 각종 대회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평생을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알리는 데 앞장 서 왔다. 2007년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궁중복식연구원 한복봉재연구과정을 수료하고 연구원 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77세가 되던 2014년에는 서라벌문화회관에서 ‘한복과 더불어 외길 60년 박화순 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2016년에는 한복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경상북도 기능봉사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한 땀 한 땀 사랑과 정성으로 자신의 재능을 손녀같은 여고생들에게 기부한 당의 20벌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만큼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려니와 당의를 손수 만드는데 들었던 시간과 열정의 가치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만큼 값지다.
이에 최중환 교장은 “이번에 기증 받은 당의는 경주여자정보고의 교훈인 ‘성실하고 예의바른 사람’을 키우는 인성 예절 교육에 있어서 두고두고 훌륭한 교육 자료로 사표(師表)가 될 것이다.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취업 현장에서도 인성예절교육을 철저히 이수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기능해 취업률을 높이는 데도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