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귀 다 달렸다고 어린이가 어른과 같을 순 없다. 어린이들에게 술이나 담배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어른처럼 간이나 위장 같은 기관이 없어서가 아니다. 같은 이치로 크기에서는 어른과 별반 차이가 없는 머리도 성인과 십대는 기능 면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오늘은 머리, 구체적으로 뇌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십대는 성인들만큼 뇌의 앞부분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못 한다고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성인에 비해 전두엽(frontal lobe)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전두엽은 생각과 판단에 관련된 뇌의 CEO에 해당한다고 한다. 어른답게 군다거나 이성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그 뇌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전두엽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십대의 뇌에서는 전두엽보다 감정적 사고를 하는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어 있다. 편도체는 뇌의 중앙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부위로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같은 원시적인 본능을 일깨운다. 이 때문에 십대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본능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반응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십대들은 외부의 시각적인 자극을 성인과 다르게 읽는다고 한다. 성인의 전두엽과 십대의 전두엽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십대의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다. 이런 차이 때문에 십대는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행동은 그저 뇌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지, 뭔가 의도가 있다거나 그저 하기 싫거나 어른들을 골탕 먹이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안다. 머리로는 다~ 안다. 하지만 ’여드름 난 다이너마이트‘들과의 끊임없는 투쟁에 몸서리치지 않는 가정은 단언컨대 한 곳도 없으니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똑같은 경험을 먼저 한 부모가 이제 막 그것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구조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지만, 사춘기 그 앞과 뒤는 화성과 금성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다. 그 불통의 한 가운데 뇌가 자리 잡고 있다. 동일한 뇌지만 동일한 기능을 기대하는 순간 없던 모든 문제가 생긴다. 십대 입장에서는 그들의 반항은 아이의 뇌가 완성되기 위해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당연히 부모와의 의사소통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십대들은 성인의 얼굴에 나타난 모든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십대는 부모나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 그들의 감정을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아니 불행히도 그렇다.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닌데도 선생님이나 엄마는 애가 화내고 있다고 받아들인다. 마치 개는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건데 고양이는 싸우자고 덤벼드는 걸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질풍노도의 시기는 그저 서로가 참고 견뎌야만 할까? 아이의 뇌가 충분히 발달할 때까지 부모자식 간의 불협화음은 계속 되어야 하나? 결론은 예상대로다. 아이와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익혀야 하는 것은 부모다. 부모는 이미 경험한 십대를 떠올려 아이와 공감해 주고, 설교가 아닌 대화를 통해 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두엽의 발달에 따라 관심과 적성, 흥미, 성격도 언제든지, 그것도 급격하게 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부모의 도움은 아이의 생각과 생활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시도로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말한다. 대신에 가족이 함께 하는 밥상머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뇌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도 공급하고 정서적으로 교감도 가능한 밥상머리 교육을 잘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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