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가는 5월, 어르신들이 모이신 경로당에서는 흔치않은 공감이 넘쳐났다. 길고 긴 삶을 단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웃고 알아가고 알려주는, 그래서 “함께하자”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서로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날이었다. 경주를, 우리나라를 알아가는 퀴즈놀이가 무르익을 즈음 나라사랑 문제에 들어갔다. “여러분! 모든 나라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그 노래는 공식석상에서 많이 부릅니다. 그 노래를 맘껏 부르지도 못할 때가…, 이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아시는 분은 손들어 주세요!” 정적은 잠시, 한 어르신은 “동해물과다! 백두산 아이가!....대한사람이구만!”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자연스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 이기상과 이맘으로 충성을 다하여~”가 흘러 나왔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으신 어르신, 오른손을 하늘높이 들고 손을 흔드시는 어르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기도하시는 어르신, 오른손은 왼 가슴에 왼손은 바닥을 탁탁 치며 목이 터져라 부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잔잔하면서도 벅찬 감동을 자아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신 어르신들에게 ‘애국가’란 어떤 의미일까? 프로그램은 마칠 때마다 소감나누기를 하면 대부분 “잘했어요. 좋아요” “노래를 불러서 좋아요” “신나네요”라며 짧게 대답하고 얼른 지나가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어르신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또 질문을 반복했다. 어르신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지나간 삶과 나라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보는 아주 특별함을 느끼는 좋은 날이라고 했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하는 것이 무엇이며 온갖 시련을 이겨낸 기상과 민족혼을 품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랑스러운 우리 겨레와 함께 영원히 지켜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주공2차 경로당 한 할머니(89)는 “11살 때 1절을 불러본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 벅차게 4절까지 불러보는 것은 내 생전 처음이다. 우리가 자주 불러야 진정한 우리의 노래가 아니가”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현곡 하구3리 경로당 서원찬 회장은 “늘 경직되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차렷 자세로 불렀는데 이렇게 경로당에 앉아서 우리의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기쁨에 찬 표정으로 “여러분도 그렇지요?”라고 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최옥화 어르신은 “참말로 좋다. 언제 불러봤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래도 밤잠 없는 우리는 새벽과 밤에 나오는 방송시작과 종료 때 나오는 노래를 스치듯 듣기에 가능하다. 지금 자라나는 우리 손자손녀는 얼마만큼 아는지 나라가 걱정된다”고 염려의 한마디를 던졌다. 어르신들은 애국가를 언제 어디서 듣고 불러도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어르신들의 마음은 참으로 크고 대단했다. 서로 손을 들고 짧은 답이라도 하려고 진행자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드시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경로당 문화는 꼭 흘러간 가요가 아니어도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잘 알아가야 하는 것이면 그것이 바로 소통과 공감이 아닐까? 윤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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