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든 시절, 전 국민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준 국민 드라마 ‘여로’가 경주에서 ‘악극 여로 1983’으로 올려진다. 오는 27일~2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남녀노소가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경주시립극단(예술감독 엄기백) 107회 상반기 이번 정기공연작은 근현대를 파란만장하게 살아 온 한 여인의 삶을 악극의 재발견을 통해 조명한다. 드라마를 실제 공연으로 보는듯한 친밀함을 선사하는 이번 공연은 엄기백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이 1972년 드라마로 잘 알려져있는 ‘여로’를 새롭게 재해석한 악극인 것. 지난 16일, 경주예술의전당 지하 연습실에서 엄기백 감독의 지휘하에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경주시립극단을 찾았다.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와 호흡은 이미 흥행을 보증했다. 불우한 운명 속에 태어난 ‘분이’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엄기백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 시트콤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 각본으로 유명한 윤학열 씨가 극본을, 권오성 단원이 조연출했다. 캐스팅에는 사회자에 송정현, ‘영구’역에 최원봉, 전봉호, ‘분이’역에 정혜영, ‘최주사’역에 이명수, ‘윤씨’역에 박선미, ‘영숙’역에 김채은, ‘기웅’역에 전봉호, 정재헌(아역), ‘달중’역에 이협수 외 여러 단원들이 열연을 펼친다. 초청가수 이정원은 찬조출연한다. 산학 협력 차원에서의 동국대 극회 동아리 학생들과 경주예술의전당 연극교실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무대 경험으로 보조 출연시키고 있다. 여로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들여다보면, 감골의 유지인 최주사의 아들 영구는 지능이 모자라고 신체가 불편한 바보다. 이런 영구에게 시집온 분이는 가난 때문에 씨받이로 팔려오게 됐으나 남편 영구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분이는 시집온 그날부터 극성맞은 시어머니 윤씨와 시누이 영숙에게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도 꿋꿋이 살아간다. 어느날 윤씨는 친일파 달중에게 부탁을 해 흉계를 꾸미게 되고 윤씨의 구박으로 분이는 날로 어려움이 더해 가는데 달중으로 인해 분이가 유곽생활을 했다는 것이 탄로나게 되자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남편 영구와 아들 기웅이와의 생이별이 시작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1944년을 시작으로, 스피디한 전개는 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방후와 한국전쟁, 그리고 대한민국 방송 사상 최고의 금자탑인 1983년 남북이산가족찾기까지의 무대를 통해 관람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뜻하지않게 헤어진 두 주인공 부부의 만남을 1983년으로 설정해 ‘여로 1983’으로 재탄생한다. ‘악극 형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울고 웃기는 악극의 전형적인 특성은 물론, 엄 감독의 악극에의 재해석력을 관찰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주시립극단 감독직을 맡은 후 악극은 처음이라는 엄기백 감독은 “기존의 악극과는 차별시키고 싶었다. 이를 위한 장치로는 그 시대를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포장을 했다. 또, 시대를 넘나드는 구성과 전개를 드라마식으로 했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변사의 역할 대신 극의 흐름을 사회자가 더욱 쉽게 내레이션해 주어 관람자의 이해를 돕는 한편, 시대적 변화를 영상을 통해 시간과 장소성을 환기시켜준다. 엄 감독은 “드라마를 오래 지휘했기 때문에 드라마적 속성이 잘 녹아있다. 대중들을 끌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이번 악극을 재해석하는데 도움이 됐다. 여러편의 악극 연출경험도 녹였다” 고 전했다. 악극의 특성상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시립극단단원 전원이 출연함에도 방만하지 않다. ‘분이’와 ‘영구’, 두 주인공의 집중적 캐릭터를 부각해 시종 극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주인공을 곧추 세우는 엄 감독 작업의 결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오는 7월, 전국국공립연극페스티벌에 출품하는 것을 비롯해 찾아가는 연극 프로그램으로 감포와 건천, 안강 등 문화 소외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자녀세대들에게는 현근대사를 살아온 고단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삶의 단면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며 기성세대들에겐 위로를 보탤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이 한 편의 연극을 보노라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새 더욱 따뜻해져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악극 여로 1983’는 전석 5000원, 10인 이상 단체 할인, 중학생 이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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