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산의 작음을 보리라’,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함부러 어지러이 가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잡이 되리니’ -남령 최병익 작품전 도록 중에서 인용. 입하(立夏)를 지났다. 초여름 싱그러운 대기같은 남령 최병익 선생의 시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남령 최병익 작품전’이 오는 24일~2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4층)에서 개최되는 것. 남령 선생은 시서화에 걸쳐 빼어난 관조미와 법고창신의 정신을 통한 고유의 미감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작가다. 진하게 우려진 다향빛을 연상케하는 선생의 이번 전시 작품들은 보드라운 감성으로, 때로는 명쾌한 메시지로, 금과옥조와도 같이 우리에게 각인된다. “참 스승을 찾아 경향 각지와 중국으로 다니다 본래의 나를 찾는 심경으로 이제 그간의 흔적을 담아 제현의 힐책을 받고자 한다”는 선생은 국내외에서 이미 명성이 널리 알려져 전국 각 처에서 그 유려한 필체를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풍모만큼 작품 세계가 고고하다. 선생이 찾아가는 도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예술이 하나됐고 글씨와 그림은 지경을 허물었다. 이는 경주를 지키면서 부단히 작품세계에 몰입하는 이번 전시가 기대되는 바로 그 대목이다. 남령 선생은 늘 그렇듯, 이번 전시를 앞두고도 몸을 낮춘다. 근작들을 비롯해, 그간 날로 쌓여진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관람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재탄생되길 바랐다. 선생은 “고향 현곡으로 와서 동심과 추억을 되새기며 ‘붓들고 노는 생활’을 해왔다. 흔히 서예를 심오한 내면이나 참선의 경지로 비유하기도 한다. 평상심이 도라고 여기고 그것이 일상이 됐다”고 담담히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30점의 작품 크기를 70㎝X23㎝으로 미리 정해 놓고 작업을 했다. 가정에 소장하기 용이하도록 소형화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 한편, 대작들도 만날 수 있는데, 장진주(이백)를 읽고 그 내용을 쫓아서 단번에 쓴 행초 작품(100㎝X100㎝)과 고향의 솔밭을 추억하면서 글을 쓰듯이 일필휘지하며 솔바람을 머금은 작품(100㎝X100㎝)도 감상할 수 있다. 정통 서예를 통달한 서법가로 잘 알려진 선생은 시서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기존의 화법과 구도에서 벗어나 과감한 사물배치와 구성, 강렬한 채색에 고유의 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그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 솔밭 정경을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문자를 추상화 해 오방색으로 나타낸 특유의 문자도, 격조높은 전통서예 작품과 함께 난초잎의 느낌을 살려 최초로 선보였던 난엽체의 작품, 매서운 눈매의 달마도의 틀을 깨고 해탈의 기쁨을 평안한 웃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미소달마도와 문인화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초월해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려함과 리듬감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의 필묵세계를 고루 엿볼 수 있다. 전시 개막식은 24일 화요일, 오후 6시. 남령 선생은 경주고, 동국대 행정과, 교육대학원 한문과를 졸업하고 중국미술학원 서법과를 수료했다. 대한민국 가훈 서예전 대상(문체부 장관)을 수상했으며 단체전으로 중국장안 서법대회, 난정필회, 중국당대 서법대전 등 다수 초대전을 가졌고 개인전으로는 상해미술관(서법가협회 공식 초대전), 동아일보 일민 미술관, 미소달마전, 시서화전, KBS대구방송전, 울산MBC초대전 등의 전시를 가졌다. 주요작품 휘호는 경주예술의전당 표석, 기림사 사적비, 경주 세계 역사 유적지구 표석, 경주 남산 정상비, 단석산 정상비 등 경주 도처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대할 수 있다. 최근 주요 휘호는 칠불암 현판, 통일전 화랑정 현판, 골굴사 현판 등에서 선생의 다채로운 서체를 감상 할 수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