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또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방폐장 1단계 처분시설은 총사업비 1조5436억원이 투입돼 10만 드럼 규모의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돼 작년 8월 28일 준공식을 가졌다. 2007년 7월 9일 기공식을 가진 뒤 8년 만이다. 이번에는 방폐장의 배수펌프를 최초 설치한지 1년 5개월여 만에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환경공단)은 작년 9월 배수펌프 8개 중 7개를 교체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올해 초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환경공단은 또 일부 배관 내부에 이물질이 생성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이를 제거하는 장치인 ‘전자기 수처리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한다. 통상 40년 간 장기적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설치되는 방폐장 배수펌프가 지난 2014년 4월 최초 설치 후 1년 5개월 만에 교체된 것이다. 교체된 펌프 7개는 회전체 부위가 이물질에 의한 손상으로 민감한 탄소강 재질에 마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체하지 않은 1개의 펌프는 수중펌프 타입으로 애초부터 스테인리스 재질로 되어 있어 마모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수펌프 설비는 방폐물 주변의 지하수를 모아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배수펌프가 고장 나면 최악의 상황에는 지하수가 방폐물 시설 안으로 섞여 들어가 방사능 오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방폐장에는 2014년 4월 배수펌프 설치 후 매일 평균 1700톤이 넘는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제보된 내용을 근거로 방폐장 설계에 ‘내진과 해수유입’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직구 붕괴, 사일로 침수, 배수시스템 수명단축, 사일로 등 콘크리트 구조물 수명단축 등의 발생으로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관리부실이 아니라 방폐장의 총체적인 설계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공단은 세계적인 국제기관과 국내 전문기관이 7차례에 걸쳐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했으며 내진설계와 지하수 성분 등을 설계에 반영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설계결함으로 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환경공단이 이번 일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에 보고하지 않는 것은 불신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환경공단은 배수배관의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은 규제기관에 보고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는 그동안 안전하고 투명하게 방폐장을 운영하겠다는 경주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된 방폐장은 그동안 연약지반과 지하수 과다발생, 해수유입 등의 문제로 끊임없는 논란이 일었고, 설계변경, 공사지연 등으로 비록 완공은 되었지만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한 사실을 환경공단은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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