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가운데에 있는 심장의 역할은 정기적으로 뛰어서 전신에 혈액을 보내는 일이다. 심장은 임신 4주부터 이미 만들어지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 1분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뛴다.
만약에 이런 심장이 너무 지쳐 잠깐 쉰다면, 그러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 그것이 바로 전통적으로 말하는 죽음이다.
심장이 뛰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었다고 판단하는 것. 정말 쉽고 간단하지만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계속해서 사용하는 바로 사망에 관한 유무를 판단하는 중요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뇌사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뇌가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뇌중에서도 호흡과 순환을 관장하는 뇌간이 죽은 상태를 뜻한다. 뇌간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호흡할 수가 없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한다. 의식이 없음은 물론이고 움직일 수도 없다. 이는 사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면 그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사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뇌를 다루는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뇌사환자 즉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의식도 없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환자들이 다시 소생하는 경우는 없다고, 가끔씩 언론에서 장기간 의식불명으로 하염없는 기다린 끝에 기적 같이 되살아나는 상황으로 소개되는 경우는 그건 뇌사가 아니라 식물인간인 경우라고.
식물인간 상태는 심장정지 등의 원인에 의해 심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받은 환자들이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경우를 말한다. 식물인간 상태는 뇌사와 어떻게 다를까? 식물인간 상태는 뇌 중에서 대뇌의 전반적인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과 말, 그리고 움직임을 관장한다. 그런 대뇌의 손상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의식이 소멸되기도 하지만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호흡까지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뇌사는 대뇌를 포함하여 뇌간까지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아서 발생한다. 즉 식물인간상태에 놓인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적절한 음식물을 공급하고 욕창,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병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비교적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뇌사는 다시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뇌에 손상을 받은 것이 식물인간이고, 뇌의 간부라 일컫는 뇌간의 손상을 받아 자발적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뇌사라고 본다면, 한번 뇌사상태에 들어간 환자는 다시 의식을 되찾는 것이 가능했던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사망 확인 방법인 심장사와 달리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게 되면 어떨까? 심장은 여전히 뛰고, 비록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지만 숨도 쉬고, 손은 여전히 따뜻한 사람을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 뇌사가 100% 확실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일반 사람들은 사실 받아들이기어렵다. 가족이 보기에 뇌사상태는 단지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깨어나서 움직이고 말을 하고 음식을 먹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니, 참으로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만약 뇌사를 인정한다면, 뇌사상태에 빠진 수많은 환자들은 더 이상 환자가 아니라, 사체가 되어버린다. 병원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이니 빨리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다른 환자가 왔으면 하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적지 않은 치료비가 나날이 청구되는 상황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들에게는 오히려 희망의 끈이라는 고문에서 벗어나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고급인력과 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것보다 절실한 치료를 요하는 다른 환자들에게 그 여력을 돌리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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