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노인들은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목숨 걸고 이곳을 지켜낼 것입니다”
내남면 박달리 일원에 99만1700여㎡ 규모의 풍력 등 발전소 조성사업이 알려지자 주민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주복합단지 조성사업 반대투쟁위원회와 박달리 주민 20여 명은 지난 10일 내남면 박달4리 회관에 모여 박달리에 조성 계획인 풍력발전 반대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위원회와 주민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산업통상위원회, 경북도지사, 경주시장에 ‘박달리 지역 복합단지발전(태양광, 풍력, ESS) 조성사업 반대’에 대한 2차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모였다.
주민들은 민원을 통해 풍력발전시설이 허가되면 주민과 주변환경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개발허가 불가입장을 피력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소가 들어서면 단순히 소음 문제가 아니라 저주파로 인한 우울증과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30만 평에 이르는 발전단지가 조성되면 산림훼손과 환경파괴로 지역 주민들은 큰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풍력발전소 문제가 있음에도 사업자 측과 지주는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2년 전 자원순환시설(똥공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도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풍력발전까지 허가하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2년전 박달리 주민들은 자원순환관련시설 건립을 반대하며 반대집회와 시위를 벌였었다. 당시 추수가 한창인 때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반대집회와 시위에 동참했다. 박달리 주민은 “반대 운동을 하며 동네 자금이 동나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녀와 친지들의 도움으로 견딜 수 있었다”면서 “힘없는 노인들만 사는 박달리에 일부러 주민 반대가 심한 시설을 허가해 주는 것 같아 괘씸하다”고 말했다.
반대 대책위는 풍력 발전소가 허가되면 주민 10여 개 마을(박달 1·2·3·4리, 상신 1·2·3·4리, 안심 1·2리, 울산 중점마을 등)과 연계해 반대 투쟁을 펼칠 계획이다.
반대투쟁위 관계자는 “발전소 허가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주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에 허가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풍력발전 주민 피해 있다’ 건강실태조사에서 확인
풍력발전이 주민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전남도 건강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라남도 영암 풍력단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영암군 영암읍 한대리 주민들은 풍력발전기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곳 풍력단지에는 20여 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어 풍력발전단지에서 1km 떨어진 도로에서도 발전기 소음이 들린다는 것.
이로 인해 주민들은 발전소가 들어온 이후 소음으로 축산 피해와 함께 주민들의 어지럼증과 두통, 이명, 무기력증 등이 증가했고, 이는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에 오래 노출되면 일어날 수 있는 증세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또한 전남도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풍력발전시설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민 상당수가 건강상 불편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풍력발전시설 인근 주민은 수면 장애와 이명,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풍력발전과 멀리 떨어진 사람들도 소음으로 불편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주시, “발전소 조성은 개별 허가 대상, 청정지역 개발 어려울 것”
내남 경주복합단지 발전 조성사업으로 주민 불만과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경주시는 발전소 허가와 관련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인허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산자부에서 허가 받았다고 무조건 시에서 허가해 주지 않는다. 시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개별허가는 주변경관과 주변지역 피해, 재해, 진입로, 기반 시설 등을 종합 검토해 인허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남면 박달리는 지역에서 산내와 더불어 청정으로 꼽히는 곳으로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내남 경주복합단지 발전 조성사업은 박달리 산 760 일원에 99만1700여㎡ 규모로 풍력발전기 7기와 태양광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사업주체는 (주)신경주풍력 등 5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발주처는 (주)탈솔라, 사업 기간은 올 4월부터 2018년 6월로 계획돼 있다.
주민들은 사업 허가가 나면 풍력발전기는 더 늘어나 주민 고통도 증가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