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경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준), 경주여성노동자회, 경주환경운동연합, 경주YMCA, 민주노총경주지부, 한국노총 경주지역지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9일 홈플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시민들에게 옥시 제품 구매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또 정부와 기업을 향한 회견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들은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패륜 기업 옥시는 국내 사업에서 철수하라”면서 “경주시와 공공기관, 대형마트, 약사회 등은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팔리고 있는 옥시
기자회견이 열린 홈플러스에는 여전히 옥시 제품이 진열장에서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지난주 할인행사 후 옥시 제품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제품을 하단에 전시 판매하고 있다”면서 “회사와 옥시와의 계약 관계 등으로 함부로 제품을 철거할 수 없다. 본사의 지침이 있어야 제품을 철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 하단 진열 방침을 내세운 홈플러스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홈플러스 살균, 표백제 코너에는 총 6칸의 진열장 중 옥시 제품이 3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홈플러스 측이 밝힌 하단을 비롯해 둘째 칸, 최상단 등 전체 진열장의 절반 이상을 옥시 제품이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는 영국의 레킷벤키저가 동양화학그룹의 계열사인 옥시생활용품사업부를 인수 설립된 회사다. 옥시가 판매 중인 제약, 생활 용품은 시장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제습제 ‘물먹는 하마’를 시작으로 ‘옥시싹싹’ ‘데톨’ ‘스트렙실’ ‘개비스콘’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옥시가 판매하는 제품이 시장 점유율은 높지만 이를 대체할 상품이 있어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 매출에 큰 영향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동천제일약국 권 혁 약사-“내 아이가 사용했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죠”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약사회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은 시작되고 있었다.
경주시 약사회는 옥시 사태 이후 20여 곳 가까운 약국이 옥시 제품을 자진 철거하고 판매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약사회 공식적 입장이 발표되면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약국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약사회는 전망하고 있다.
동천제일약국(약사 권 혁)은 가장 먼저 옥시 불매 운동에 참여한 곳이다. 권 혁 약사는 자신도 옥시 제품의 유해성을 모른채 제품을 사용했었다고 회상했다.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가습기 살균제인 옥시 제품을 틀어놓고 공부했었습니다. 건강한 청년이라 다행이지만 만약 내 아이가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만으로 끔찍했습니다. 제가 옥시 불매 운동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권 약사는 약국에는 옥시 제품이 거의 없지만 TV 홍보 영향으로 옥시 제품을 찾는 고객이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불매 운동 사유를 밝히고 있다.
“옥시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고객에게 불매 이유를 밝히고 다른 제품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객들도 불매 사유를 밝히면 다른 제품으로 구매해 갑니다. 감사하죠”
권 약사는 옥시 불매 운동이 지역으로 번져나가길 바랐다.
“약사회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 모두가 제품에 대해 올바로 알고 대응해 준다면 불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옥시 제품은 자연스럽게 퇴출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