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가 골치 덩어리가 아니라 문화재로 인해 이득이 창출되고 있는 마을. 문화유산이 ‘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을. 지난 20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찾은 서악동이 그렇다. 서악동은 고분 사이에 마을이 있는 형상으로 고분군에서 바라보는 왕릉들과 기와처마들로 이어진 마을전경은 터임머신을 타고 간 ‘신라’ 의 어느 작은 마을 같았다. 서악동은 선도산 정상의 삼존불을 비롯해 보물 제65호 통일신라시대 석탑인 서악리삼층석탑(무열왕릉 동북쪽 경사지에 있는 모전석탑 계열의 탑)과 사적지인 무열왕릉과 그 뒤 4기가 있는 서악동 고분군, 무열왕릉 앞 김인문 묘, 진흥왕 외 4개 왕릉들, 그 외 비지정인 선도산 고분군 등 전체적으로 약 40여 기의 무덤들이 있는 마을이다. 그리고 경북도지정인 사액서원으로 서악서원(경상북도 기념물 제19호, 신라 삼국통일의 중심인물인 김유신 장군과 신라 학자인 최치원, 설총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명종 때 세운 서원), 도지정문화재인 도봉서당(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97호, 조선 중기의 문신 황정의 학덕과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재실) 등 이러한 유적이 밀집된 동네는 드물다. 여기에 최근 조명되고 있는 용작골 주상절리군은 훌륭한 자연경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왕릉과 고분과 사적과 보물, 아름다운 지형과 자연경관을 보유한 이 마을은 전체적으로 평지와 산지형이 섞인 지형이으로 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 중심에 문화유산활용을 통한 보존이라는 선순환적 구조에 주력하고 있는 (사)문화재돌봄지원센터 진병길 단장이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 문화재 돌봄사업단을 통해 이 마을을 가꾸고 점점 진화시키고 있는 진병길 원장과 함께 서악동을 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가려져서 방치되고 잊혀져가던 서악동의 문화유산들과 자연경관들은 ‘문화재돌봄’이라는 이웃을 만나 기품있는 마을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문화재 돌봄사업... 국가지정, 도지정 문화재 뿐만 아니라 비지정 문화재까지 정비하고 돌보는 사업 문화재 돌봄사업은 복권기금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예산 100억, 광역시도비 100억의 예산으로 문화재청과 광역지자체에서 후원하는 사업이다. 문화재청과 광역지자체의 후원으로 문화재의 사전 예방적 관리를 목적으로 출범한지 7년째를 맞은 ‘문화재돌봄’사업은 전국 14개 권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문화재 보존과 정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활용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화재친화형 돌봄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전국 문화재 돌봄사업단들의 협회 기능을 담당하는 (사)문화재돌봄지원센터 사무실을 경주에서 개소해 진병길 단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지금까지는 국가지정, 도지정 문화재 위주로 관리를 했으나 최근에는 비지정 문화재까지 관리 대상을 넓히고 문화재 주변 환경과 탐방로까지 정비하는 등 사업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 비지정의 취약 지구도 값어치를 인정받아 선정된 부분에는 돌봄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묻혀있고 가려져있어 시민들조차 잘 몰랐던 문화유산을 훤히 들어내 존재 명확하게 해 신라의 영토를 가장 많이 확보한 왕은 진흥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왕이 진흥왕릉으로 추정되는 릉의 위치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 그 왕릉은 바로 서악동 고분군 맞은편 선도산 고분군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가려져 잘 알지 못했다. 대나무 숲과 잡목들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던 도봉서당 뒤로 산재해 있는 무덤들도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 단장은 “무열왕릉, 서악서원만 정비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신라의 고분들로 추정되고 있는 30여 기의 고분군들을 재정비 한다면 충분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지원으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보물 제65호 통일신라시대 석탑 서악리삼층석탑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대나무를 제거했다. 묻혀있고 가려져 있어서 시민들조차 잘 몰랐던 문화유산을 훤히 들어내고 릉 또한 그 존재를 명확하게 해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지게 드러내 가치를 한층 부각시켰다”고 했다. 이들에 소요된 비용은 국도비만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업이었다. 동네 어르신들을 고용해 풀을 뽑거나 꽃을 식재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었다. 또 보희, 문희의 꿈이야기가 전해오는 선도산 오른쪽의 비지정고분군 30여 기 주변 경관 회복을 위해서는 닭장을 없애고 2년간에 걸쳐 아카시아 뿌리를 제거하고 주변 정비의 일환으로 국화, 연산홍을 식재하는 한편, 연못도 정비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구절초 2만5000여 포기와 작약, 연산홍을 심어 서악동삼층석탑 및 선도산고분군 주변환경을 개선했다. 문화재를 자연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봄에는 연산홍을, 여름에는 작약을, 가을에는 구절초를 감상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건너편 무열왕릉 뒤로 왕릉 4기를 비롯해 보물인 탑과 꽃들의 군락, 그리고 도봉서당, 진흥왕릉을 비롯해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릉 등으로 추정되는 릉이 마을 안에서 어우러져 한눈에 시원스레 펼쳐졌다. -‘문화재 효율적 활용이 곧 문화재 보존’ 진 단장은 “월암재를 시작으로 서악서원을 정비해 활용하면서 돌봄이 진행되었고 점차 이 일들이 진행됐다. 무열왕릉에서 진흥왕릉 가는 길까지의 큰 길가 집들만이라도 페인트 칠을 시도해 환경을 개선시켰다. ‘마을 보러 왔다가 유적을 보고 유적 보러 왔다가 마을을 보러 오도록’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 전체가 문화유산을 ‘효자’로 인식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서 이 작은 서악동이 앞장선다면 타 지역에서도 베치마킹해가서 그것이 또 관광 자원이 되는 이중적 효과를 일으키는 마을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진 단장은 또 “서악서원의 경우 연간 1000명이 방문했다면 지금은 1만 5000명 정도 된다. 주말의 경우 무열왕릉을 다녀갔다가 이곳을 들린다. 주민들이 마을 주변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문화재가 효자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주민들이 문화재에 애정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 문화재에 옷을 입힌다는 마음으로 더 많이 찾는 문화재를 만드는 것이 미래의 문화재 관리방안이다”고 했다. 가장 약한 신라가 삼국 통일을 한 것에는 리더들의 솔선수범 이었다.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은 탑 주위에 있는 보희, 문희의 꿈이야기가 전해오는 선도산과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진 진흥왕릉, 무열왕릉, 김인문묘를 가꾸고 설총, 김유신, 최치원을 배향하고 있는 서악서원을 활용해 신라 삼국통일을 테마로 한 ‘통일의 길’을 조성하고 청소년 교육, 기업연수 유치, 공무원교육 유치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힐링으로서의 공간은 물론, 신라 리더들의 솔선수범의 자질을 교육할 수 있는 것. 더불어 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화재 유지 보수는 물론 문화재를 적극 활용해 전통민박 운영, 전통예술공연장, 문화재 수리 실습장, 지역특성을 살린 각종 전통놀이 등 효율적 활용이 곧 문화재 보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악동, 역사와 자연으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치유 마을” 건축사사무소 건.환 손명문 대표는 “서악동은 경주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역사문화경관과 더불어 힐링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동네다. 현재, 잘 드러나지 않았던 문화경관을 회복시켜주고 있어서 고무적으로 본다. 단지, 문화경관을 회복하면서 주위(자연) 경관을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고분군과 용작골 주상절리 등 숨겨진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이 회복되고 있어서 이것이 선도산 정상의 삼존불상과 이어진다면 역사문화 경관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고, 자연과 역사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또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가 매우 많은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또 “서악동 이외에도 시내권과 외곽에 선조들이 물려준 훌륭한 유산과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경관의 회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주가 될 수 있다. 하나씩 드러낸다면 경주의 미래는 밝다. 경주시민은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도시를 잘 가꿔나간다면 경주만의 잠재력으로 인근 도시를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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