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의 안전은 경주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원전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은 정부와 원자력 관련기관의 신뢰성 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5월 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에 설치된 배수펌프 8개 중 7개가 작년 9월 펌프 부식, 누수 등 문제가 발생해 새 제품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보통 방폐장 설비는 통상 40년 장기 사용이 목적인데 설치 완료 후 약 1년 5개월 만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또 이 펌프에 연결된 배수배관 일부에도 이물질이 끼는(지하수 염소 성분에 부식돼 누수)문제가 발생해 작년 12월 배관에 이물질 제거 장치가 추가됐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해 9월 시운전 과정에서 배수관 안쪽에 콘크리트 찌꺼기 등 이물질이 과도하게 끼는 문제가 있어 배수펌프 7대를 종전 탄소강 재질에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펌프로 교체했다”며 “방폐장 안전운영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이후 아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이 말하는 안전성과 무관한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상 보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안전우려 불식을 위해서는 철저한 원인조사와 보고체계, 사후 처리 문제를 꼼꼼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배수펌프 설비는 동굴처분 시설 주변의 지하수를 모아 빼내는 역할을 하며 고장이 나면 최악에는 지하수가 방폐물 저장고 안에 들어가 방사능이 누출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사실 이번에 발생한 배수펌프 교체는 예견된 일이다. 1단계 10만드럼 동굴처분시설 사일로 중 일부가 암반이 부실하고 지하수가 많이 발생한다고 환경단체에서는 누차 경고를 했었다. 부지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공기를 당초 30개월에서 총 90개월로 3배나 증가했고, 그 만큼 많은 국민적 혈세도 낭비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동굴처분시설의 일부 암반이 부실했지만 설계변경을 통하여 보강공사를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고 현재도 지하수가 하루에 1300톤 유출되고 있다. 방폐장 안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지하수는 콘크리트 등으로 차단이 가능하며 콘크리트 수명은 1400년이므로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황당한 논리를 2014년 6월 24일 ‘방폐장 안전성 확인 공개 토론회’에서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토목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연한을 50년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방폐장 운영기간이 공식적으로는 60년인 것을 감안하면(최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폐쇄 후 안전관리를 위한 ‘원자력안전법 시행령ㆍ시행규칙 및 방사선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는데 개정안은 폐기물 처분시설이 폐쇄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처분방식별로 관리기간을 200년 또는 300년 이내로 명시하는 한편 방사선환경조사, 일반인 접근제한 및 기록물의 보존 등 처분시설의 폐쇄 후 관리방법을 규정했다) 지하수의 유출로 인하여 방사능물질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하수는 방사성물질의 이동매개체로서 방폐장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사일로 부근의 지하수 유동 및 사일로 내 지하수 침투를 최대한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배수펌프인 것이다. 핵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원자력환경공단의 중요한 임무인 셈인데 최근의 배수펌프 교체 과정에서 보면 원자력환경공단이 생각하는 ‘안전과 신뢰’와 국민들과 경주시민이 생각하는 ‘안전과 신뢰’에는 크나 큰 괴리감이 있는 것 같다. 안전등급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하수 유출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수펌프 배관은 비안전등급 부품으로 분류를 해 놓았으니 지금 경주시민들은 방폐장 운영을 믿을 수가 없다. 원자력정책과 방폐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려면 정보의 투명성, 객관성, 진실성, 수용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방폐장 1단계 동굴처분시설 운영의 안정성과 안전성, 투명성을 경주시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방폐장 배수시스템 교체와 관련하여 원자력 관련 최고 규제 감독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전신고나 보고체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하니 불행 중 다행스럽지만 그동안 원안위도 무얼 했는지, 물론 제도와 법테두리 안에서 작업절차서 대로 해야 하지만 아직도 원자력 산업에 미칠 영향만 고려해서 소극적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비안전등급 설비라해도 방폐장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설비는 규제기관에 사전보고나 심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국민들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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