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주예술의전당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연 마티네 콘서트라 할 수 있다. 벌써 세 번이나 오전 공연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티네(matinee) 콘서트는 불어 마탱(matin,아침)에서 유래한 말로 오전 시간대의 공연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브런치(brunch) 콘서트 또는 아침의 콘서트라고도 부른다.
마티네 콘서트가 열리는 날도 주목할 만하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중앙정부가 문화진흥을 위해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에 마티네 콘서트를 연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줄여서 ‘매마수’라고 한다. 아무튼 의미가 있는 날에 좋은 콘서트를 즐길 수 있어 좋다.
2월의 ‘김관장과 함께 하는 가곡정원’에 이어 3월에는 ‘시인 정호승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달에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을 소재로 경주시립합창단이 ‘합창으로 듣는 응팔’을 준비하여 아침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들어보니 ‘매마수엔 마티네’ 플랜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마티네 콘서트는 공연의 내용과 형식이라는 점에서는 여타의 공연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특별히’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공연을 진행하는 ‘시간’에 답이 있다.
마티네 콘서트는 공연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한다. 그간 ‘공연’하면 늘 저녁 공연이었다. 낮 공연은 주말에나 있었다. 그런데 평일 낮에 공연을 하다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예술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 속에 존재한다. 예술의 ‘장소’ 파괴는 이미 익숙하다.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벗어나서도, 심지어 혼잡한 거리나 시장 바닥에서도 예술행위는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경주는 마티네 콘서트를 통해 예술의 ‘시간’ 파괴를 비로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마티네 콘서트의 소구대상은 사랑스런 우리들의 ‘엄마’다.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엄마는 문화소외계층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남편과 아이들 챙기느라 바빠 문화 향유는 사치다. 그런데 돌파구가 생겼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등교시킨 후 우아하게 차려입고, 친구들과 공연 관람하고, 수다 떨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티네 콘서트로 인한 엄마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는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낮 공연이 주는 짜릿한 예술적 영감은 엄마들을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되고, 상대방을 위한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가족공동체 붕괴의 시대에 이만한 예술적 대안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마티네 콘서트의 시작은 경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늦은 편이다. 과거에 논의된 적은 있었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수익성’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추진동력을 상실했었다. 낮 공연이라는 낯선 문화에 대한 저항도 걸림돌이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용기를 내서 닻을 올렸다. 다행히 긍정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 세 차례의 공연으로 벌써 수백 명의 아침공연 마니아들이 생겼다고 한다.
상기한대로 마티네 콘서트가 새로운 도시 공연문화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가족공동체의 결속에 기여한다면, 이건 분명 남는 장사다. 이런 무형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공공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주예술의전당의 마티네 콘서트가 문화저변 확대를 위한 ‘문화가 있는 날’의 지정 취지에 부합하면서 우리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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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