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있는 것이 성공이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문정희 시인이 지난 달 30일 ‘나는 왜 쓰는가? 무엇을 쓰는가?’라는 주제로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에서 열강을 펼쳐 청중을 매료시켰다. 올해 등단 47년차인 문정희 시인은 이날, 자신의 등단서부터 이후 지금까지의 시업을 회고하면서 그의 대표시 20편을 바탕으로 그간의 문학활동과 지향하는 시 세계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시인이 됐으나 본질적인 것으로 힘들었다면서 가장 실용가치가 없는 것이 시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강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돌이켜 봤다. ‘나는 왜 쓰는가? 무엇을 쓰는가?’라는 주제는 오래되고 진부한 질문이지만 문 시인 문학의 지향점의 결론은 ‘소통’ 이라고 전제하며 한국 문학이 무엇을 할 것인가로 확장되기도 했다. 또, 한국 문단이 장르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한류 문화확산이 본질적 예술과 함께 나아가야 함도 언급했다. “언어의 보석인 시를 인간이 버릴 수는 없다. 가장 극치의 음성 언어인 시는 단지 변모해 나아갈 것이다”라면서 “시는 구체적이어야 하며 ‘구체’야말로 문학의 귀염둥이다. 또, 시란 새롭게 보고 묻는 것이며 자신에 대한 투시력이 언어에 있어야 한다. 감상적인 서술에 그치면 안된다”고 했다. 시는 대부분 남성의 언어라며 여성시가 진정한 문학성을 터득치 못함도 지적하면서 생명의 중심에 있는 주체, 즉, 기존의 것들에 대한 저항정신과 대결의지로 단순한 페미니즘을 넘어서서 여성의 정체성을 생명의 징표로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지나친 산문성과 지나친 현학성, 소통 부재의 시들에 대해 문제를 느낀다고 하면서 독서야말로 까다로워야하며 언어의 용량을 키워 가락의 회복, 철저한 정직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시인은 앞으로 생명의 원형질을 노래하는 고급한 관능적인 시, 탐미적인 시로의 집중도 밝혔다. 문정희 시인은 1947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1969년 월간문학지에 시 ‘불면’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해 서울여자대학교, 동국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면서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한국최고의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