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왜 문화유산으로 먹고 살지 못하는지 내 생애 미스터리입니다. 경주의 콘텐츠는 충분히 그럴수 있어요” 30여 년간 수많은 방송 다큐 작가 및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윤씨는 국내 최고의 스토리텔링, 컨텐츠 컨설턴트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다수의 다큐 제작으로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세계적인 통찰력을 가지게 됐다는 이소윤씨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 해야 할 도시가 바로 ‘경주’라고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다. 경주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 땅이 있음을 이 나라가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경주시민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경주시보건소(소장 전점득)가 경주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는 해설사와 힐링관련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힐링해설사 아카데미 전문가과정에서 바쁜 일정에도 경주를 찾아 강의를 막 마친 이소윤 작가를 만났다. -‘경주’에 이토록 집중하는 이유를 말씀해 달라 역사 다큐를 찍었던 1993년부터 경주는 핫이슈였다. 그러나 ‘골치 아픈’ 도시기도 했다. 그즈음 일본에서 살면서 나라와 교토를 보고 경주를 더욱 밀착해서 보게 됐다. 드라마를 쓰려고 경주에 왔고 제가 보는 경주와 여기 계신 분들이 보는 경주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 중요 관점도 달랐다. 경주인들은 세상이 바라보는 경주에 맞추는 것에 급급해 보였다. 누군가 경주를 새로운 차원에서 보는 것을 불편해했다. 디테일한 삶(생활)에 대해선 알리기는 싫어했던 것 같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랑받을만한 도시였다. 외부에서는 경주가 불투명하다고 봤고 접근하기에 불친절하다고 봤다. 내부인들은 ‘상처’라고 하고. 우포늪, 순천만, 영주, 연천, 비무장 지대, 파주, 서울 사대봉 등 전국 타 주요도시에도 브랜딩 하러 다니던 차제,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이 변할 수 있는 곳이 경주라고 생각했다. -‘경주에서 길을 찾다’라는 힐링과 스토리가 가미된 경주 안내서를 썼다는데..., 이런 문화재적인 베이스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다른 도시민보다 일단 가진 것이 다르잖은가. 그래서 우선, 문화재를 다르게 보는 방법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힐링프로젝트의 일환이었으니까 경주시에서 책 제의가 들어왔고 이를 수락했다. 경주에 대한 깊은 생각과 이야기를 책에 쏟아냈다. 16개 주제로 나뉘어진 ‘경주에서 길을 찾다’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잠시나마 여정을 풀고 경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흔적을 따라 화려했던 천년 고도의 발자취를 힐링과 스토리가 가미된 공간 속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시간의 흔적도, 문명도 아닌 진정한 영웅과 리더들의 위대한 선택을 따라간 감동적인 경주이야기를 썼다. 경주분들이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위로 받았으면 한다. 경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여러분들이 얼마나 귀한 분들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경주는 무엇이 그렇게 사랑스러운가. 경주의 첨성대를 예로 들면 다른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첨성대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이 동시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불가사의한 일이다. 우리나라 모든 도시는 전쟁으로 거의 많은 것들이 파괴됐다. 그렇지만 경주는 상당한 것들이 남아있는데 이것에 대해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단지 경주가 전쟁의 최대 방어선 때문이었을까. 첨성대 쪽으로 국군탱크도 지나 다녔다. 경주 유적에 대한 우리들의 피 안에 있는 특별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며 정신적인, 민족 유전자적인 것들의 작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부분 파괴 됐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남겼던 신라가 가졌던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이었다고 보는지? 제가 경주로 내려오는 이유는 경주가 자꾸 나이 먹어가는 것이 안타까워서이고 경주가 젊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언제나 젊고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컨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경주가 가장 사랑스러운 최고의 이유는 아름답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경주에 이 많은 콘텐츠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이 엄청난 문화재들을 만들 당시, 그 시대의 현안을 해결하자고 만든 것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를 보고 만든 것이다. 신라가 국호를 유지하면서 발휘했던 최고의 리더십은 ‘희생’이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과 함께 내가 먼저 희생하는 것이 우리에게 불국사와 석굴암을 남긴 김대성과 같은 훌륭한 선조의 뜻대로 사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치열한 정글같은, 그 척박한 고대 사회에서 신라 역대 왕들이 매우 지혜로웠으며 그들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만든 최첨단 기술들이 지금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다.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아름다운 리더들이 있었다는 것은 신라가 가진 최고의 국력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경주시민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들이 미래를 보지 않았더라면 경주의 위대한 유산들은 하나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의 경주는 그들이 꿈꾸웠던 미래다. 우리는 그들의, 통일 신라의 후손임을 알려야 한다. 사람들이 왜 경주를 찾아와야 하는지 우리가 먼저 알아야하고 알려야 한다. -결국 경주는 어떤 도시로 나아가야 하나? 경주 시민은 애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는데 경주 시민이 바뀔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싶다. 경주만한 문화적 집적도를 가진 도시를 살릴 수 있을만한 예산이나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는것은 분단 상황 등 경제적 수준을 감안하면 다소 요원하다고 본다. 그러나 보상이 없어도 소프트웨어적인 ‘생각’만으로도 변화할 수 있고 수용하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우리가 먼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다. 사랑을 받으면 국민이 원하고, 그럴때 경주가 원하는 것이 이뤄진다고 본다. 다른 도시를 브랜딩할때 경주를 자주 거론한다. 경주가 왜 문화유산으로 먹고 살지 못하는지 내 생애 미스터리라고 한다. 제가 밀알이 돼서 밝은 기분, 자신감, 자존감, 나누는 여유가 확산이 되면 경주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고 그래서 종국에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간이 앞당겨졌으면 한다. 경주 같은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경주가 회복되는 것이 한국 사람이 회복하는 방법이고, 상처받고 실패하고 외로운 영혼들이 지쳐 집을 떠나는 이들이 경주에 와서 쉬고 회복돼 돌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소윤 작가는 주로 KBS-TV의 역사, 문화재, 휴먼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집필해오다 최근에는 우수한 다큐 소재를 발굴해 직접 제작해 오고 있다. 전국 주요지자체의 문화콘텐츠 개발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TV조선왕조실록’ 공동 집필 외 다수의 저서와 2006 문화관광부 주최 콘텐츠공모전 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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