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환경공단)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배수펌프를 최초 설치한지 1년 5개월여 만에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공단은 또 일부 배관 내부에 이물질이 생성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12월 이를 제거하는 장치인 ‘전자기 수처리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원안위와 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방폐장에 설치된 배수펌프 8개 가운데 7개가 작년 9월 펌프 내부의 일부 부품이 마모돼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해 교체했다.
방폐장 배수펌프는 통상 40년 간 장기적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설치되지만 지난 2014년 4월 최초 설치 후 1년 5개월 만에 교체된 것이다. 교체된 펌프 7개는 회전체 부위가 이물질에 의한 손상에 민감한 탄소강 재질로서 마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체하지 않은 1개의 펌프는 수중펌프 타입으로 애초부터 스테인리스 재질로 돼있어 마모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수펌프 설비는 방폐물 주변의 지하수를 모아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배수펌프가 고장나면 최악의 상황에는 지하수가 방폐물 시설 안으로 섞여 들어가 방사능 오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전자기 수처리 장치’를 설치한 것은 배수 배관 내부에 이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물질 발생을 저감하는 설비를 부착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체한 펌프가 마모된 원인과 이물질이 끼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공단 측은 마모 원인에 대해 펌프 집수정 내 방폐장 건설 잔재물과 암석부스러기, 침전물 등으로 인해 펌프 마모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물질이 달라붙는 것은 지하수 속에 녹아 있는 이온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침전물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원안위 위원들은 지하수 내 염소 성분이 펌프 일부분을 부식시켜 누수 현상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수에는 지하수보다 염소 성분이 많아 해수의 염소 성분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
또 환경공단은 이 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원안위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공단은 지난 2월과 4월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원안위원들의 요구에 의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 관계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등급’ 부품은 교체할 때 원안위에 사전 보고하고 허가를 받지만 배수펌프와 배관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 비(非)안전등급 부품이라 보고가 늦어진 것으로 안다”며 “일부 원안위 위원들이 비안전 등급 부품에 대해서도 신고 등을 통해 미리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공단 논란 진화위해 해명나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해명자료를 내고 배수펌프를 교체한 원인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의 동굴처분시설 내에서 가동하고 있는 지하수 배수펌프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지하수 배수펌프는 방폐장의 배수설비 안전운영을 위한 비방사성계통 설비로, 배수펌프 중 이물질에 의한 손상에 민감한 회전체 부위를 탄소강 재질에서 스테인리스 재질로 교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배수배관 이물질 제거장치인 ‘전자기 수처리장치’ 설치에 대해서는 배수설비 예방점검 중 배수배관 내 이물질 부착이 발견돼 이를 감소시키고 추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설치했다는 것.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배수 배관 내 끼인 이물질은 주로 암반에서 나온 철 성분과 방수용 시멘트에서 나온 칼슘 성분이 지하수에 유입돼 배관 내에 부착됐다고 해명했다.
또 규제기관에 미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배수배관의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은 규제기관 보고사항은 아니다”며 “다만 공식 보고 대상이 아닌 사안이더라도 원안위 등 규제기관과 긴밀하고 원활하게 협의해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교체된 배수펌프 회전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유압, 배출유량, 진동 등 배수펌프 운전 지표가 정상범위 내에 있어 지하수를 배출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배수배관 이물질 제거장치 설치 후 이물질 부착이 3mm 수준을 유지해 지하수 배출에도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만에 하나 배수펌프 기능이 상실되어도 무전원 배수설비(디젤엔진 펌프)가 가동돼 지하수 배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