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역사문화관 일대 불법 배수로 공사와 관련, 향후 지역 전체 발굴 및 복원 현장에까지 파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성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 본격화 된 시점에서 향후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우려의 핵심. 또 다수의 시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문화재 활용 관광자원화 사업도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6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황룡사 역사문화관의 석축 및 배수로 공사로 인해 유구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황룡사 역사문화관 시공업체인 A사는 지난 11일부터 깊이 1m, 길이 120여m의 배수로 공사를 문화재청 승인 없이 진행하다 적발됐다.
국가 사적 제6호인 황룡사터에 포함된 이곳에서 무단으로 공사를 하다 14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직원의 제보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일신라시대 적심석(건물 밑바닥 초석 밑에 까는 돌) 등 유구가 훼손됐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구역에서 허가 없이 공사를 벌일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화재청은 즉각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지난 25일부터 8일간 연구원 10명과 발굴인부 100명을 투입해 매장 유구·유물 훼손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경주시에 공무원과 시공업체에 대한 형사고발을 요구한 상태다. 또 유구 등의 훼손 여부 조사 결과에 따라 시공사와 감리, 관련 공무원 등을 징계하거나 고발할 방침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축대 등 부대공사는 지난해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받았고, 지난 3월 감리단과 시공사 등과 협의해 석축 축조 방법에 대해 협의 후 이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려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배수로 공사는 시공업체와 감리로부터 특이 사항 발생 여부에 대해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유구 훼손에 대해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면서 “사건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황룡사 역사문화관은 부지 1만4320㎡에 연면적 2865㎡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90% 가량이다.
황룡사 9층 목탑 10분의 1 크기의 모형탑 전시실, 황룡사와 천년신라 역사 이야기를 담은 역사실, 홍보영상실, 역사·문화·유적 전시실을 갖추고 오는 6월경 준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준공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룡사 역사문화관은 지난 1월 신라시대 장방형 연못 유구터 훼손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무단 배수로공사 이유는?
황룡사 역사문화관 시공업체가 문화재청 승인 없이 무단으로 배수로 공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면서 불법 공사를 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경주시와 공사업체 등에 따르면 황룡사 역사문화관 건립부지는 습지여서 착공당시부터 지반 강화를 위한 특수공법으로 시행하고 건물 밑에는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배수 파이프까지 설치하는 등 어려운 점이 있었다. 여기에다 배수문제로 인근 농지에 피해가 발생하면서 농가로부터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습지여서 현장에 물이 지속적으로 차올라 공사에 지장을 받아왔던 터라 물을 빼내기 위해 배수로를 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로 예정된 개관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화재 지정구역 내 공사를 진행하면서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사 중 유구 훼손은?
불법 배수로 공사로 인해 적심석 등 유구 훼손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이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지난 26일 현재까지 유구 훼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남은 조사기간 동안 훼손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성 발굴·복원 등 타 사업에 영향 미칠까?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지난해 9월에는 경주 월성을 방문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사학계를 중심으로 경주시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 같은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문화재 관리에 대한 시의 신뢰성에도 손상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향후 사업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문화재 구역 내 사업장 점검반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의 발굴과 복원 등은 문화재청과 더욱 협의해서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