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속초에서 경주로 왕복 800㎞을 오가며 경주예술의전당 아카데미 연극과정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오고 가는 시간은 고되지만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그 가치를 생각하면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오랜 시간 노력했던 일을 뜻하지 않게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 미련없이 서울을 떠나 강원도 속초에 정착한 민윤경(50)씨는 경주 여행에서 우연히 지인을 통해 경주예술의전당 연극반 아카데미 개설 소식을 접한다.
민 씨는 평소에도 생활에서 언행은 바른 의사 전달과 상대방과의 충분한 교감을 위한 기술이고 이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연극이라고 생각해 왔던터라, 이 프로그램의 탄탄한 커리큘럼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주에서만 이 연극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는 것에도 주목했던 것. 막 수업을 마친 그녀를 만났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팔등신 미인형이었다.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남들 앞에 나서서 소리를 지르거나 대화를 큰 소리로 해 본 적이 없는 편이었어요. 제 의사를 전달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었죠. 억누르는 스타일이죠. 너무 소극적인 성격이라 이 프로그램에 도전했어요”
‘목소리가 여태껏 잠겨 있었다’며 ‘호흡하듯이 발성하라’는 이 프로그램 강사인 경주시립극단 최원봉 지부장의 지적으로 몇 주만에 가슴 속 후련함을 느낄만큼 진전된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다. 목에서만 나오던 작은 목소리도 가슴에서 내는 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
“경주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늑한 도시입니다. 경주에 오면 무수한 시간속에 녹아있는 저를 바라볼 수 있어 저절로 숙연해지곤 하지요”
이런 경주와의 인연으로 그녀는 조만간 적당한 곳을 물색해 경주시민이 되기 위해 경주로 이사 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1년간의 수업이 끝나면 제가 많이 바뀌어 있겠지요? 연극적 발성과 기교를 가르치는 수업 형태지만 제가 잘 몰랐던, 내면에 갇혀있는 에너지나 기를 끌어내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 같아요. 연극 무대에 직접 설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이제는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