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작고 작은 목표를 세우면 보상받을 기회는 더 커진다. 이렇게 당연한 말을 누가 모르냐고?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쉬운 말을 실제 운동선수들에게 응용해 재미를 보고 있다. 가령, 마라톤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라면 선수들에게 경주 거리며 난코스가 얼마나 많은지는 절대 떠올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 대신 마라톤 전체 거리를 컨트롤 가능한 여러 단위의 거리로 나누라고 할 것이다. 실제 이렇게 하면 마라톤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5년 월드챔피언십 우승자이며 뉴욕 및 런던 마라톤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바 있는 폴라 래드클리프(Paula Radcliffe)가 그 살아있는 증거다. 마라톤 여제(女帝)로 알려진 그녀는 남들보다 빨리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것의 힘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1마일만 더 가면 돼’ 혹은 ‘40분만 더 달리면 돼’와 같은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매 걸음을 셌다고 한다. “100까지 세 번 세면 그것이 1마일이에요. 저는 매 걸음을 셈으로써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얼마나 더 달려야 하나 하는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녀는 한 번에 그저 한 걸음씩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즐김으로써 마라톤에서 여러 번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비슷한 거 하나 더 하자. 그레이하운드와 사람이 달리기 시합을 했다. 결과는 예상하듯이 늘 개가 먼저 들어온다. 몸무게에 비례해서 생각하면 그레이하운드의 근력은 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러니 이론상으로 그레이하운드와 사람은 똑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경주에서 늘 이기는 쪽은 늘 그레이하운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달리면서 줄곧 결승선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한다. 뛰는 내내 목표를 염두에 두고 달린다. 개보다 눈이 위에 달려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그레이하운드도 그럴까? 아니다. 여느 개처럼 그레이하운드는 아무 생각 없이 냅다 달리기만 한다. 왜 뛰는지, 이번은 인간한테 슬쩍 져줄까? 뭐 이런 고민 없이 그저 뛰기만 한다. 어떤 수를 놓을까 번민하는 이세돌 기사 앞에 바위처럼 앉은 알파고 느낌이다. 반면에 사람은 목표를 가늠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목표가 얼마 남았느냐에 따라 의욕이 부침(浮沈)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허비한다. 이러니 개하고 하는 경주에서는 백전백패다. 특히 장거리 경주에서는 도달해야 할 목표를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는 게 에너지 소모가 적다. 처음부터 모든 걸 고민하지 말고 그저 전진하면서 그때그때 맞게 행로를 수정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표에 도달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초과 달성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으리라. 손가락 두 마디는 족히 되는 두께의 영어 문법책도 방학 두 달이면 끝장낸다!! 호언했지만 분(分)과 초(秒)로 방학을 다 갉아먹고는 개학 전날 땅을 치며 후회해 본 경험들 말이다. 이제는 쉽게 허비해왔던 그 분과 초에 집중하자. 그 분과 초가 모여 시(時)가 되고 그게 모여 세월이 되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월 중순이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새해 시작과 더불어 꺾여버린 작심을 재정비할 좋은 기회로 삼아보자. 하루에 한두 번 하는 작고 가소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 보자. 한발 한발 걷다보면 어느새 저 까마득해 보이는 목표가 바로 코앞에 있을지 모른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있다. 터덜터덜 황소걸음이 제일 빠르다고. 저기 저 멀리 달구지 끌고 오는 걸 힐끗 보고는 풀밭에 누워 휘파람이라도 불라치면 언제 왔는지 딸그랑 거리는 소리가 느릿느릿 지나간다. 한 걸음씩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디디는 황소걸음이 정말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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