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벽에는 소나무를 소재로 하는 두 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한 점은 늦겨울 눈밭 가운데서 푸른 기운을 뿜고 있는 소나무를 그린 유화작품이고 또 다른 한 점은 이른 새벽 안개 속에서 굴곡진 둥치를 드러내며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를 찍은 사진작품이다. 이러다 보니 필자는 매일 사무실을 오가며 소나무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경주에서는 사무실을 조금만 벗어나 어딜 가도 소나무와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대능원, 오릉 등에서 왕릉 주위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의 위용을 보노라면 그 늠름한 기상과 기품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주시의 상징 나무가 소나무란다. 천년고도의 역사와 전통에 어울리는 나무로서 경주에는 제격인 것 같다. 게다가 상징 꽃은 개나리라고 하니 봄이 오면 아랫자락은 노란 개나리꽃으로 물들고 윗자락은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멋진 장면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경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름난 보호수들도 여러 군데 있다.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600년 된 회화나무와 안강 옥산서원의 이팝나무 그리고 독락당에 있는 조각자나무를 비롯해서 현곡면 오류리의 등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 건국신화를 품고 있는 계림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싸리나무 등의 고목이 무성하다. 그리고 경주시민들의 사랑하는 황성공원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훈련장으로 조성되었는데 수 백 년 된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이팝나무, 회나무, 떡갈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어우러져 시민들의 힐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우리 산하 어디를 가도 푸른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온 강산이 헐벗고 황폐화 된 상태였다. 자료를 찾아보니 국가차원에서의 식목행사는 1946년 4월 5일에 처음 시작되었고 1949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몇 번 공휴일과 비공휴일을 넘나들다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비공휴일로 굳어지게 되었다. 식목일이 4월 5일로 된 경위를 보니 멀리 신라시대까지 다다르게 된다. 바로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룬 날이다. 조선시대에는 성종이 문무백관들과 함께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로 기록되어 있고, 1910년 4월 5일엔 순종이 친경제(親耕祭)를 거행하면서 손수 나무를 심었던 기록도 보인다. 본격적인 조림사업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부터 10년 계획으로 국민식수기간을 정하고 제1차 치산녹화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부터였다. 1997년까지 24년간 이어진 산림녹화사업으로 헐벗은 민둥산은 푸르른 숲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전 세계로부터 조림 성공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숲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2010년도를 기준으로 약 109조 70억 원에 달한다니 국민 한 사람에게 매년 약 200만원씩 기부해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축구장 크기의 30년생 소나무 숲은 중형 승용차 3대가 연간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고 한다. 2천만대의 자동차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나무를 사랑하고 식목일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이 절실하기만 하다. 세계적인 산림치유 도시로 알려진 독일의 뵈리스호펜은 1855년 인구가 1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신부이자 의사인 세바스찬 크나이프(F.S. Kneipp)가 숲 속에서 냉수욕과 냉수마찰 등을 이용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크나이프 요법을 실시하고 숲에 산보할 수 있는 숲길과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였다. 그러자 현재는 인구가 1만 4천명으로 늘어났고 연간 90여 만 명의 내외국인이 다녀가고 있어 산림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뵈리스호펜 사례와 같이 코라드는 코라디움이 위치한 청정누리공원 일대를 국민의 숲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문무대왕릉과 만파식적, 감은사지 등 역사문화유산과 어우러진 경주의 새로운 관광명소이자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금년부터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나무심기 운동을 벌여 각자의 이름표를 달고 보호수처럼 소중히 기를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한그루 두그루 심어진 나무들이 언젠가는 숲을 이루어 지역을 살찌게 하고 경주를 알리는 명소로 거듭나는 유쾌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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