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이 강수량이 적당하고 온도도 알맞은 온대기후에서 식물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자란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이라면 가장 먼저 풀들이 자라면서 초원이 되고 그 속에서 작은 나무들이 성장하는 관목림이 된다. 관목림 틈 사이에서 충분히 비쳐지는 햇빛을 받으며 소나무 같은 양수림이 번창하게 되는데, 이들 양수림의 뒤편, 해가 잘 비치지 않는 곳에서 음수림이 자라게 되어, 나중에는 음수림은 양수림을 경쟁에서 이기고 숲은 그렇게 바뀌게 된다. 바로 이 음수림이 안정 상태를 이루어 더 이상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며 군락이 오랫동안 계속되는데, 이 상태를 극상림이라고 한다. 즉 음수림은 최고의 상태라고 불리는 극상과 동의어의 수준이다. 이렇게 맨땅에서 음수림으로 가꿔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는 걸까? 맨땅에서 초원이 될 때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기껏 수년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폐교의 넓은 운동장도 장마철과 한여름의 소나기 몇 번에 제법 큰 풀들이 자라나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원에서 관목림이 될 때까지는 이에 비해 제법 시간이 걸린다.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풀들과 경쟁해서 우위를 점한 나무들이 점점 굵어지고 키가 커지는 과정은 50년 정도 시간이 소모되기도 한다. 관목림에서 양수림으로 바뀌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적인 양수림은 소나무이다. 햇볕을 받으며 사시사철 푸른색을 뽐내는 대표적인 상록수, 그런데 소나무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무에 비해 생장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굽이굽이 멋진 소나무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넉넉하게 100년? 한그루도 이정도인데, 넓은 수풀 전체가 양수림으로 바뀌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수백년이 걸리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양수림 틈바구니 속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음수림, 그렇게 음수림이 양수림을 이겨내고, 음수림만의 상태를 만드는 극상림이 조성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학자들은 그 시간으로 족히 1000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음수림으로 우거진 극상림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0년 이상이 걸린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꾸준히 차근차근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쳐 식물 군락들은 결국 안정을 이룬다. 인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름 0.01mm에 불과한 수정란은 9개월 동안 100조배 이상 커지며 길이 40cm 무게 3kg 정도로 세상과 인사한다. 태어난 아기는 역시 1년만에 3배 가량이나 더 무거워지는 급속한 성장을 이룬다. 그 후 5년동안 2배의 성장을 이루고, 제2차 성징이라는 청소년기에 이르러 또 5년동안 0.5배의 성장을 보여준다. 그렇게 초원에서 관목림, 관목림에서 양수림으로 바뀌가면서 시간이 점점 더 걸리고 성장이 둔화되듯 인간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장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 마침내 성인이 되면 성장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음수림이라는 극상의 상태에 이르면 더 이상 다른 변화보다는 그 상태의 보존을 더 추구해서 점점 더 성숙되어 가는 것처럼 인간도 성인이 되면 외적 성장보다는 내적 발전을 추구하며 성숙해진다. 어느 생명체나 무제한으로 점점 더 커지지 않는 것처럼 성장의 최종목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안정이다. 개체 단위에서 최상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성인들로 구성된 이 인간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항상 묵묵히 자연을 이루고 주변을 관찰하며 꾸준하게 발전하는 최상의 상태라는 음수림에 비해서 우리 인간 사회는 과연 어느 정도로 안정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지적 능력을 가진 종이 나타나 우리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시절을 우리는 언제쯤 맞이하게 되는 걸까?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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