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날 보러와요’는 대중성과 조화를 이룬 순수예술공연의 저변확대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려준 공연이었다. 2016년 경주예술의전당 기획초청공연, 대한민국 대표 웰메이드 연극 ‘날 보러와요’가 지난 2일부터 3일, 양일간 경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올려졌다. ‘날 보러와요’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 선명한 화성여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됐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 기자는 지난 3일, 마지막 공연인 4회차 저녁 공연을 관람했다. 때마침 이 연극의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는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는 저녁이라 공연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깊었다. 연극이 끝나고서도 비는 계속 내렸고 섬뜩하고 오싹한 기분은 쉬이 떨쳐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19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국내 대표적인 웰메이드 연극으로 정평이 나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된 작품으로도 유명하며 이번 경주공연은, 초연을 맡았던 김광림의 연출로 베테랑 배우 권해효, 이대연, 김뢰하, 류태호 등 국내 최고 배우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추리극으로 지난 20년간 사랑받아 온 작품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초연 이후 20주년 기념공연 이어서였을까. 흠을 잡을 수 없을만큼 완벽한 연극으로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경주가 대도시에 비해 연극 관람층이 두텁지 않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들이 푹 빠져든 것을 확인했다. 극중 형사역 인물들은 1980년대 당시 구시대적인 수사기법과 새로운 기법 사이에서 티격태격 하지만 범인을 잡기위한 그들의 끈질긴 집념을 무르익은 연기를 통해 보여준다. 정확한 대사 전달, 자연스럽고 능청스런 제스춰, 배우들간 파트너 십은 캐릭터 간 충돌과 갈등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했다. 이번 경주 공연은, 2월 서울공연과 이어진 3월 청주 공연의 6만원, 4만원에 비해 (재)경주문화재단이 4만원, 3만원으로 대폭 할인해 공연됐다. 특히 청주 공연은 관객이 많이 들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경주공연에서는 매회 만석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공연의 회차를 이틀간 4회차로 늘여 공연해 관람료를 비교적 할인할 수 있었고 경주시민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명품 연극을 관람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장애인, 국가유공자, 조기예매, 단체할인 등 다양한 할인책을 펼친 것이 관객 몰이에 성공한 요소로 보인다. 관객층은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특히 많았으며 정통연극에 목마른 중장년층들의 관심도 뜨거웠다는 전언이다. 첫날 공연 후 가진 팬싸인회에는 9명의 주요 출연진이 참석해 친필 싸인과 기념촬영에 응해주었으며 수 백 명의 관객들이 몰리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배우 권해효는 “서울공연에 비해 관객이 저조할 것을 우려했는데 거의 만석을 이뤘고 경주시민들의 관심과 관람에티켓이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경주문화재단은 웰메이드 연극에 목마른 지역 관객들을 위해 비교적 저렴하게 티켓가격을 책정해 기존 연극 팬들 뿐만 아니라 숨은 관객들에게도 관람기회를 제공하고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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