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나 구치소와 같은 수용시설에는 기본적으로 독방이라는 곳이 존재한다. 재소자가 전국민이 다 아는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 같은 경우나,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으로 인해 다른 재소자와 격리가 필요한 경우 독방에서 이들을 분리해서 기거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수용소 안에서 뭔가 잘못을 저질러 이에 대한 처벌로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두가지 종류의 독방이 있다.
후자쪽은, 한 평도 되지 않는 크기의 방이다. 한평은 가로 세로가 1.82m 즉 혼자서 누울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기준으로 삼은 넓이 단위인데, 이보다 더 적은 크기니 앉아도 누워도 꽉 차는 좁은 공간이다. 작은 창문이 하나 정도 있지만 일체의 가구나 가전제품은 전혀 없다. 식사와 음료수는 물론 꼬박꼬박 지급되고 잠도 그럭저럭 잘 수 있어 어찌보면 아무도 그 사람을 건드리지 않기에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한적한 공간이 아닐까 살짝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 며칠씩 시간을 보내어야 한다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 필자는 과거 공중보건의 시절 구치소에서의 1년간 의무관으로 생활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직접 봤던 독방에 있었던 재소자들은 들어가기 전과 후의 모습은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평범한 사람도 다녀오면 무척이나 표독스러워진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듯 보였다.
요즘은 독도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높아졌다. 우익성향의 일본 정치인들이 연일 독도 관련 망언들을 쏟아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애국 차원에서라도 독도를 방문하고 그 땅을 직접 밟으며 감격스러워한다. 이에 반해 과거에 상대적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무렵, 그곳은 그야말로 두 명의 경비병만이 지키는 오지를 넘어선 진정한 외로운 새들의 고향이었다. 이 두 명의 경비병은 하루종일 도통 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생활했을까? 오랜만에 그들을 재방문한 한 외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두 명의 경비병은 물구나무 서기를 한 채 누가 더 빨리 경사길을 오르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 내기에 이겨도 별로 얻는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내기에 집착을 보이고 있었고 가끔은 과열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무료한 일상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생활하는 모습이었다.
알콜 중독자들의 주량은 항간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반인이 기껏해야 소주 2-3병인데 비해서 그들은 단위 자체가 다르다. 2-3박스다. 그것도 자기 주량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의식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게 기본인데 그렇게 수년을 넘어 두 자리수 세월을 보냈으니까.
그런데 그들에게 왜 술을 마시냐는 질문에 대해 돌아온 답변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무료하다는 것이다.
알콜 중독자에게 술마시는 것이 직업이고, 여가이고, 취미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 그다지 별로 한 것도 없는데도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그렇게 무료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사실 오랫동안 술을 마셔 심신이 피로해진 알콜 중독자들은 직장생활같은 사회생활이 거의 마비된다. 자연스레 엄청난 많은 시간들이 생겨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내기에는 지나치게 무료함을 느낀다. 그들이 술을 끊을 수 없는 이유를 이것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사람에게
스트레스라는 것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하지만, 아무런 자극이 없는 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건강한 심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무료함은 심각한 스트레스보다 인간에게 더 큰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도 같은 맥락이다. 일상은 적절한 스트레스를 찾는 또다른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