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섯가지 수용체가 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이를 합쳐서 오감이라고도 부르고, 간혹 앞날에 대한 범상치 않은 느낌을 여섯 번째 감각 즉 육감(six sense)라고도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이 오감중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뭘까? 당연히 시각이다. 사실 인간의 시각은 굉장한 좋은 편이다. 우리는 수광년 떨어진 별도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많은 포유류들은 시간에 대한 의존성이 낮은 편이다. 네 발로 다니는 신체 특성상 땅에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생활해야 하기에 시각보다는 후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태고적 인류의 선조들이 네 발로 생활할 때는 틀림없이 다른 포유류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뒤의 발 두개로 일어나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의 자유를 얻고, 나무에 오르기가 용이해지면서 땅에 붙어서 생활하는 포유류들과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먼 곳의 시야를 확보하게 된 인류가 진화를 십분 활용해서 시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다.
현대 사회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시각 의존도는 상당하다. “이건 내가 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본 것을 말하는 거야” 익숙한 표현이다. 청각보다는 시각이 정확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사실 포유류에서 인간보다 더 좋은 시력을 가진 종도 드물다. 개도 세상을 단지 흑백으로 바라본다. 얼굴의 생김새 때문에 시야가 인간보다 더 넓지만, 그만큼 양쪽 눈을 모두 사용해서 입체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도 없다. 청각과 후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존재인 코끼리나 코뿔소, 하마같은 동물들은 공통적으로 지독한 근시다. 5m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인간의 시력은 어느 정도인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력은 아무리 좋아도 2.0이지만,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시력은 측정하기가 곤란할 뿐 3.0에 육박한 사람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시력이 좋다는 티베트 사람들은 5.0을 넘어선다는 통계도 나올 정도다. 단연 포유류에서는 으뜸이다.
맹금류같은 조류들의 시력은 인간보다 낫지만, 높은 하늘에서 먹이감을 찾는 종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볼 때도 눈은 중요한 판단의 잣대로 이용된다. 면접을 보러가는데, 자신의 눈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선글라스를 끼고 가는 일은 없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눈화장은 가장 중요하고 포인트가 되는 화장기술 중 하나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호수처럼 깊고 넓은 눈동자 등 눈에 대한 표현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귀머거리보다 장님이 훨씬 더 높은 장애등급을 받는 것도 귀와 코, 목 이 세가지 부위를 이비인후과에서는 동시에 다루지만, 눈은 오직 안과에서만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만큼 눈은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