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곡면 상구2리에 추진 중인 요양병원 건립을 두고 주민들과 시행사인 병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상구2리 주민들은 지난 17일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마을 입구에 500년 이상(추정) 된 당산나무 바로 앞에 A요양병원 설립을 전면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최순희 상구2리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 60여 명은 이날 요양병원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열린 경주시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요양병원 건축심의 허가 취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주민들은 “6000여㎡ 부지에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마을 가운데 위치하고, 당산나무와 인접하며 마을의 얼굴을 가린다”며 “요양병원이 들어서면 좁은 도로에 많은 차들이 다니게 되므로 마을의 교통이 혼잡해지고 병원에서 나오는 오수로 인해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최순희 이장은 “개인 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주거권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병원 측은 사전에 마을주민들에게 설명한번 없이 병원설립을 시작한다고 통보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반발 속에 이날 도시계획심의위는 요양병원 건립과 관련한 안건에 대해 재심의를 결정했다. 마을 진입로 확대, 건물부지 축소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번 집회에 이어 상구2리 주민들은 지난 22일 병원설립이 무산되기를 기원하는 당산나무 제를 가지며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날 당산나무제에는 상구 1, 2리 주민들과 하구2리 주민 약 80여 명이 모였다.
최순희 이장은 “상구2리 주민들뿐만 아니라 상구1리, 하구2리 주민들이 동참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특히 하구2리 주민들은 인근 병원 오수에 대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요양병원측은 현재 병원 시설의 노후화 및 주차난으로 확장 이전을 물색하던 중, 지난해 10월경 현곡면 상구리를 이전 대상지로 확정하고 부지를 매입했다.
올해 초 주민들의 반대가 있자 간담회를 3차례 실시하면서 마을발전기금 제시, 마을농산물 직거래, 마을인력 우선고용, 당산나무제 지원 등을 건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것.
요양병원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당산나무를 비켜가기 위해 주민 분들이 제시해준 장소는 병원건물 설립에 어려움이 많은 장소라 힘들다”며 “현 병원건물이 이미 매매된 상태로 더 이상 주민 동의만 구하기는 곤란하다. 적법 절차를 거쳐 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주민들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