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통계 기준 변경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2%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실업률은 전 연령대 실업률인 4.9%의 두 배 이상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경우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본지에서는 청년들이 취업이 아닌 지역에서 창업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사례를 연재할 계획이다.
벽 시장은 언제나 상인들의 열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총각네 축산 이상동(30) 씨는 2개월 전부터 성동시장에서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초보 상인이다. 새벽 6시에 출근해 고기 손질도 하고 물건 진열 등 직원들이 와서 바로 영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의 시작이다.
“가만히 오는 손님만 받아서는 장사하기 힘듭니다. 거래처를 만들고 열심히 영업해야죠”
요즘은 비수기라 새벽 6시에 출근해 8시에 퇴근한다며 꼬박 14시간을 장사하지만 성수기가 되면 하루에 5시간도 못 자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절에는 하루 3시간 자고 일했죠. 힘은 들어도 저를 찾아주는 손님이 있어 힘이 납니다”
-샅바 대신 정육점 칼을 들다
이상동 씨는 초등학교부터 씨름을 시작해 최근까지 실업팀에서 활동한 씨름선수였다. 중, 고등학교 줄곧 지역 1위를 놓치지 않았고 프로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곤 했었다. 그러던 그가 손에 쥔 샅바를 내려놓고 칼을 잡은 이유는 불안한 미래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씨름을 그렇게 잘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운동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니 운동선수 생활은 한계가 있었죠. 불안한 샅바 대신 칼 자루에 제 미래를 걸었습니다”
그는 요즘 또래의 친구들이 안정된 삶만 찾고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축산 유통이 힘들다며 편한 일 찾아보라 말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고생은 고생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훗날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손 내미는 사람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
이상동 씨는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많다.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단골손님도 많지 않고 경기도 어려워 직원들 월급을 많이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저를 믿고 힘든 일을 기꺼이 동참해 준 직원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나 혼자 장사하는 일터가 아니라 직원들이 함께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업도 잘돼서 제 가게도 사고 빌딩도 하나 갖고 싶어요”
-확률에 도전하라
이상동 씨는 3년 전 씨름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경주로 돌아왔다. 다른 지역에서 창업하고 취직할 수 있었지만 경주로 돌아온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중학교부터 떠나 있으면서 외로움이 컸습니다. 타 지방에서 돈은 벌 수 있지만 외톨이처럼 살기 싫었죠. 싫으나 좋으나 내 고향에서 친구,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평범한 직장 대신 시장 한쪽 고기 유통점에서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해 최근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저는 이제 막 창업한 초보입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창업은 주위의 말만 듣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겪어보고 성공 가능성이 있을 때 도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1~2년 이상 밑바닥을 경험하고 가능성이 있다면 성공 확률은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