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에 사는 이병한(80) 할머니는 배우는 즐거움에 아직도 설렌다고 한다. 경주시여성실버합창단에 16년째 다니고 있는 이 할머니는 매주 버스를 타고 합창단 연습하러 시내로 나온다.
이제 다리가 아파서 오기 힘들지만 그래도 오면 기분이 좋다며 맘 같아선 매일 오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합창단을 오랫동안 다녔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
“장구도 배우고 노래도 배웠지만 늙어서 잘 안 되더라. 이것저것 많이 배웠지만 실력이 늘지 않더군. 지금 배운 노래 중에는 ‘옹해야’, ‘아리랑’정도는 할 수 있어”
이 할머니가 가까운 경로당을 젖혀두고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온 것은 배움의 열정 때문이다. 합창단에 오기 전에도 사군자, 한자 등을 배우러 먼 곳까지 걸음을 마다치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경로당 다니기가 싫었어. 그곳에서 화투 치고 노는 것도 좋지만 무엇이라도 배우고 싶어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
이 할머니는 오랜 시간을 배우고 있지만 잘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좋은 것이라 강조했다.
“집에 있으면 누워만 있게 돼. 무엇이라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지. 특히 젊은 사람들과 함께 배울 수 있어 매일 젊어지는 것 같어”
실버합창단은 80세가 나이 제한으로 이 할머니는 올해가 합창단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배워 혼자서 연습할 계획이라 밝혔다.
“예전에 사군자를 배우다 그만 뒀는데 집에서 그려볼 생각이야. 장구도 익혀서 혼자서 소일거리 삼아 연습하려구. 아직 살 날이 많잖아”
이 할머니는 자신보다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움에 나이가 어딨노. 가만히 있으면 시간만 간데이. 아직 늦지 않았어. 시간 허비하지 말고 이곳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배워. 무엇이든 배워서 즐거운 여생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