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둔 유부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금발에 뽀얀 피부를 가진 앳된 청년은 머지않아 영화 ‘타이타닉’에서 또 한번 전 세계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앗아갔고, 역대급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꽃미남 대세배우로 장기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했다. 청춘스타로서의 인기보다 배우로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그는 자신의 외모를 과감하게 버렸고 연기파 배우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20년이 흘러, 그는 인생연기를 선보이며 아카데미 주연상을 드디어 품에 안았다. 최근 작품에서 후덕한 외모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기른 그는 더 이상 꽃미남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외모가 아닌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절대무기를 득템하게 된 것이다.
오는 4월 13일에 주연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노미네이트된 후보들의 면면은 여느 때와 같이 훌륭하다. 전국의 후보자들은 대부분 좋은 학교를 나왔고 각기 나름의 수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단 외모점수는 후하게 줘도 될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대 위정자들 중 뛰어난 스펙을 갖추지 못해 관객들의 혹평을 받은 배우는 없었다. 물론 외적 요인으로 당장 세간의 주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그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바른 정책과 참된 공약이라는 견실한 연기력의 뒷받침이 필수조건이라 하겠다.
선거 초반에 외적 요소, 심지어 해당 선거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과시에 기대서라도 자신의 인지도를 쌓고 싶은 후보들의 심리에는 나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선거심사의 막이 올랐고 국민들이 각 후보의 연기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낱낱이 채점을 하려는 상황에서 여전히 외모적 인기에만 호소하는 발연기로는 결코 수상 트로피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꽃미남 대세배우로 추앙받았음에도 20년 동안 올라서지 못한 자리에 연기파 배우로 변모한 디카프리오가 당당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전국의 모든 후보들이 벤치마킹하였으면 한다.
필자의 아들이 타이타닉 시절의 디카프리오처럼 장성한 지금, 꽃미남 디카프리오는 필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디카프리오가 외모를 버리고 아카데미 주연상을 거머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였듯이, 이번 총선에서는 학벌과 배경을 앞세우는 후보자보다 공약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후보자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길 바란다.
지정숙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